그는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까.
SK 이만수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이 불화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LG 김기태 감독이 9회말 2사 2루서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우고 경기를 포기하면서 시작된 두 감독의 불화는 김 감독의 공세를 이 감독이 받아주지 않는 형태로 진행돼 왔었다.
화해의 제스처도 이 감독이 먼저 했다. 지난 15일 KIA 선동열 감독과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의 중재로 이 감독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 미안함을 말했다. 이 감독은 전화를 먼저 건 것에 대해 "이런 일에서 후배가 먼저 전화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먼저했다"고 말했다.
24일 인천 경기서도 이 감독은 "김 감독이 인사오면 평상시처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평소보다 더 오래 덕아웃에 머물며 후배의 방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 감독은 SK 덕아웃으로 오지 않았고, 인사를 하러갈 계획도 없음을 취재진에게 알렸다. 화해모드가 다시 긴장모드로 돌아섰다. 화해의 마지막인 악수를 하지 않은 김 감독으로선 선배 감독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이 이 감독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감독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감독이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상대 감독을 비난했는데 이후 1경기도 치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은 자신의 결단이 초보감독의 치기로 오인될 수 있고, 선수단에게는 '속없는 감독'으로 비쳐질 수 있다. 11년차의 큰 선후배 사이지만 감독 대 감독으로서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김 감독의 강한 모습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는지 LG는 4연승 중이던 SK를 5대3으로 눌렀다.
그렇다면 계속 상대 감독의 공격을 '참을 인(忍)'으로 버텼던 이 감독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11년차라는 큰 차이가 이 감독을 참게 했다. "기만한다"는 말에도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마무리지으려고 했고, 전화까지 먼저 걸어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끝내 김 감독의 방문을 받지 못했다. 이 감독 개인 뿐만 아니라 SK 구단도 또한번 상처를 입었다. 과연 상대가 이 감독이 아니라 김성근 감독이나 김인식 감독, 혹은 다른 선배 감독이라도 김기태 감독이 이렇게 행동했을까라는 말이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LG 김 감독의 대치 선언에 SK 이 감독은 계속 수비적인 입장을 취할까, 아니면 공세로 전환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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