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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참았던 이만수 감독. 이번에도?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9-25 08:33


그는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까.

SK 이만수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이 불화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LG 김기태 감독이 9회말 2사 2루서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우고 경기를 포기하면서 시작된 두 감독의 불화는 김 감독의 공세를 이 감독이 받아주지 않는 형태로 진행돼 왔었다.

김 감독은 13일 "이 감독의 투수 교체가 우리를 기만하는 것 같았다"며 노골적으로 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이게 어제 일만으로 생긴 것은 아닌 것을 본다"는 말로 이 감독에게 예전부터 불만이 쌓였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이 감독은 "나의 투수 교체는 정상적이었다"며 김 감독의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LG와 껄끄러울 것은 없다. 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김 감독과도 인사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했다. 그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내겠다는 뜻이 강했다.

화해의 제스처도 이 감독이 먼저 했다. 지난 15일 KIA 선동열 감독과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의 중재로 이 감독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 미안함을 말했다. 이 감독은 전화를 먼저 건 것에 대해 "이런 일에서 후배가 먼저 전화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먼저했다"고 말했다.

24일 인천 경기서도 이 감독은 "김 감독이 인사오면 평상시처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평소보다 더 오래 덕아웃에 머물며 후배의 방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 감독은 SK 덕아웃으로 오지 않았고, 인사를 하러갈 계획도 없음을 취재진에게 알렸다. 화해모드가 다시 긴장모드로 돌아섰다. 화해의 마지막인 악수를 하지 않은 김 감독으로선 선배 감독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이 이 감독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감독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감독이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하고 상대 감독을 비난했는데 이후 1경기도 치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은 자신의 결단이 초보감독의 치기로 오인될 수 있고, 선수단에게는 '속없는 감독'으로 비쳐질 수 있다. 11년차의 큰 선후배 사이지만 감독 대 감독으로서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김 감독의 강한 모습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는지 LG는 4연승 중이던 SK를 5대3으로 눌렀다.

그렇다면 계속 상대 감독의 공격을 '참을 인(忍)'으로 버텼던 이 감독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11년차라는 큰 차이가 이 감독을 참게 했다. "기만한다"는 말에도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 마무리지으려고 했고, 전화까지 먼저 걸어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끝내 김 감독의 방문을 받지 못했다. 이 감독 개인 뿐만 아니라 SK 구단도 또한번 상처를 입었다. 과연 상대가 이 감독이 아니라 김성근 감독이나 김인식 감독, 혹은 다른 선배 감독이라도 김기태 감독이 이렇게 행동했을까라는 말이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LG 김 감독의 대치 선언에 SK 이 감독은 계속 수비적인 입장을 취할까, 아니면 공세로 전환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012 프로야구 SK와 LG의 경기가 24일 인천 문학 야구장에서 열렸다. LG와 SK가 지난 12일 김기태 감독의 투수 대타 사건 잠실경기 이후로 처음 만났다. LG 7회초 2사 2루에서 박용택이 우월 2점 홈런을 치자 이만수 감독이 상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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