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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야구가 항상 팀의 야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두산 선수가 타자 부문에서 상위 10위 이내에 단 1명 밖에 랭크되지 않은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부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김진욱 감독의 지휘 철학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간판타자 김동주의 예를 들어보자. 김동주는 지난 98년 데뷔 이후 타격, 홈런, 타점 등 각 부문에서 상위 10위 이내 꾸준히 들었던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러나 김동주는 올시즌 발목, 햄스트링, 허리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1군에 오르지 못하고 2군에서 컨디션 조절을 진행중이다. 김 감독은 4번타자 김동주를 아직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러올리지 않고 있다. 김동주가 빠진 두산 타선은 예상했던 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게 사실이다. 그것이 김동주의 부진 때문이었든, 전반적인 타선 분위기 탓이었든 두산으로서는 불행한 시즌을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육상부' 혹은 '발야구 대명사'로 불렸던 두산의 기동력은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 팀도루가 108개로 8개팀중 6위다. 타선의 집중력 또한 크게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두산은 마운드 하나만으로 4강에 오른 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벌써 10승 투수가 3명이나 나왔고, 마무리 프록터는 최고 소방수 타이틀 경쟁을 할 정도로 활약이 눈부시다.
김진욱 감독은 요즘 "투수 부분만 잘 챙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오산이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마운드는 최강급으로 올라섰지만, 1점 내기 바쁜 타선의 허약함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두산은 2년만에 다시 가을잔치에 나갈 위치에 서 있다. 단기전의 최대 무기는 역시 마운드다. 삼성, 롯데 등 상위권 팀들이 두산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타선은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나서 짚어보면 되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