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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레전드 선동열 감독(49)이 2011년 말 KIA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2005년 삼성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을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0시즌을 마치고 6년 동안 이끌었던 삼성 감독에서 물러났다. 삼성 구단은 그 빈 자리에 선 감독 밑에서 코치를 지낸 삼성 레전드 류중일 감독을 앉혔다. 그는 보란듯이 지난해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3관왕으로 이끌었다. 류 감독이 첫해 승승장구할 무렵, KIA는 야인이었던 선 감독과 3년 계약했다. 2012시즌을 앞두고 영호남의 진정한 맞대결 구도가 완성이 된 셈이다.
현재의 KIA는 사실상 4강이 겨루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갔다. 반면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굳히며 우승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준비를 시작했다.
류중일의 삼성과 선동열의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충돌하는 건 국내야구가 연출할 수 있는 최고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는 그 시나리오가 사실상 힘들게 됐다.
93년 이후 두 팀은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해태는 97년을 마지막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탔다. KIA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검붉은 유니폼의 해태 시절 만큼의 공포감을 주지 못했다.
선 감독이 돌아온 KIA의 현 상황은 최강 삼성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인 팀 평균자책점(3.98<3.49)과 팀 타율(0.259<0.271)에서 KIA가 삼성에 한참 모자랐다.
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과거 삼성 사령탑 때 처럼 마운드 구축을 가장 먼저 했다. 승산이 높은 '지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 였다. 삼성의 오승환 같은 마무리를 찾았지만 큰 소득없이 한 시즌이 다 지나갔다. 최강 선발 윤석민(8승7패)이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다. KIA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이범호와 최희섭이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KIA의 팀 홈런은 48개로 삼성(85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2013시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내년은 선 감독이 KIA에서 맞는 두번째 해다. 류 감독은 삼성과의 3년 계약이 내년말 끝난다. 둘 다 내년이 무척 중요한 해다.
KIA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 리빌딩에 구슬땀을 쏟을 것이다. 시즌 내내 무너진 투타 밸런스의 골이 깊다. 그래서 선 감독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쓸 것이다. 1년 뒤 삼성과 KIA가 충돌하는 한국시리즈가 성사될 수 있을까.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