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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초 넥센의 공격을 앞둔 잠실구장. 갑자기 1루측 LG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LG가 2-7로 크게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허무하게 7회말 공격이 끝나고 말았다. 박수가 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 이유는 마운드에 씩씩하게 오르고 있는 투수 때문이었다. 그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자 전광판에는 '신동훈'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것도 당당히 투수를 상징하는 P자 옆에 말이다.
신동훈이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한순간이었다. 지난 12일 잠실 SK전에서 김기태 감독이 9회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당시 SK의 투수교체가 LG를 기만하는 뜻이 담겨있다며 김 감독이 항의의 표시로 신동훈을 타석에 내세운 것.
다른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팬들이 아쉬움을 표한 건 다른데 있었다.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올라보지 못한 신인투수에게 첫 출전을, 꼭 타석에 세웠어야 하는 것이었다. 선수에게는 자신의 첫 1군 출전 경기가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인데 김 감독이 어린 선수에게 배려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랬던 신동훈이 '진정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신동훈은 울분을 털어내 듯 힘차게 공을 뿌렸다. 공 1개, 1개를 던질 때 마다 LG 팬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신동훈은 첫 타자인 대타 이성열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기세를 몰아 이어서 대타로 등장한 차화준까지 삼진으로 처리했다. 동료들까지 신동훈을 도왔다. 3번째 타자인 문우람이 친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지환이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고 아웃시켰다. 데뷔 첫 투구에서 깔끔한 삼자범퇴. LG의 새로운 투수 신동훈으로서 확실히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답답한 경기에 힘이 빠졌던 LG팬들은 마치 LG가 승리한 것과 같은 뜨거운 환호성으로 신동훈에게 축하를 보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