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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화, 넥센과 더불어 꼴찌 후보로 꼽혔던 LG.그런데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2연승을 거두는 등 지난 4~5월 예상과는 달리 맹위를 떨쳤다.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LG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젊은 감독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기에, LG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선전이었다. LG는 개막 이후 두 달 가까이 4위 안팎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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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LG를 다시 봐야할 것 같다. LG는 8일, 9일 이틀 연속 KIA를 맞아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데 이어, 10일에도 KIA를 무너트렸다. 시즌 막판 4위 탈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KIA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보통 시즌 종료를 앞두고 하위권 팀이 순위 경쟁 중인 상위권 팀을 잡을 때마다 '고춧가루를 뿌린다'고 표현한다. 6월 중순부터 두달 넘게 동네북 신세였던 LG가 중요한 순간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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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단 관계자가 꼽은 시즌 막판 선전의 원동력은 최고참 최동수(41)와 주장 이병규(38)다. 개인 성적과 상관없이 "끝까지 자존심을 지켜보자"며 팀 분위기를 앞장서서 추스리고 있다고 한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10일 현재 50승4무61패, 남은 경기는 18게임. 개막을 앞두고 올시즌 60패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던 김 감독의 다짐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아직까지 4강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기최면이다. 그게 10년 간 부진에도 불구하고 LG를 응원해온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은 몰라도, 지금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6위, 나아가 5위까지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LG가 시즌 종료 때까지 고춧가루 역할을 해준다면, 올시즌 프로야구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끝은 또다른 출발점이기도 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