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기태 감독이 떠올리는 번트의 추억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19:05


"번트를 댔는데 3루수 라이너로 날아가더라니까."

최근 LG에는 번트 실패가 많다. 9일 잠실 KIA전에서도 3-3 동점이던 9회말 무사 1루서 박용택이 번트를 시도했다 실패해 병살플레이로 이어졌다. 배트에 맞자마자 공은 높이 떴고, 뜬공으로 처리한 투수는 1루로 송구해 귀루하지 못한 주자 오지환까지 잡아냈다.

KIA와의 3연전 첫 경기였던 8일에도 김태군과 서동욱이 뼈아픈 번트 실패를 범한 바 있다. 모두 높은 공에 번트를 어설프게 댔다가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LG 김기태 감독은 최근 유독 번트 실패가 많다는 '아픈'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우리 팀 선수들도 대부분 번트를 잘 대는 편이다. 서동욱 김용의 김태군 등이 잘 댄다. 요근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번트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현역 시절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강타자로 번트를 시도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번트가 낯설 법 했다.

김 감독은 "보내기 번트는 선수 말년에 좀 댔다. 번트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은 3루수 정면으로 번트 타구가 간 적이 있다. '라이너' 성으로 날아갔는데 번트 직선타가 될 뻔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요미우리 코치 시절 일화도 털어놓았다. 어느 날, '어떻게 하면 기습번트를 잘 댈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기습번트를 거의 대지 않아 제대로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단 한차례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이마저도 파울이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많이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마구잡이로 답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완벽히 설명하기 위해 김 감독은 메인 타격코치와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다. 그런데 둘 다 마찬가지로 홈런 타자 출신이어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수비코치와 주루코치에게 계속해서 기습번트에 대해 물었고, 이론서를 공부한 뒤에야 제대로 답변을 해줬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도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웃었다. 비록 번트가 그의 '주전공'은 아니었지만, 코치가 '남의 분야'라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선수에게 질문을 받으면, 해결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번트를 잘 대는 선수는 누굴까. 김 감독은 예상 외로 홈런타자의 이름을 꺼냈다. "타팀 선수들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내가 현역으로 뛸 때 박경완이 정말 잘 댔다. 300홈런을 친 박경완은 번트도 일품이었다. 번트 시프트가 나와도 그걸 피해서 대더라"며 SK 박경완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0일 잠실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를 앞두고 LG 김기태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V자를 만들어보였다가 이내 왼손으로 가리며 웃고 있다. LG는 이틀 연속 KIA에 연장전 승리를 거뒀다. 잠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10/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