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를 댔는데 3루수 라이너로 날아가더라니까."
1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LG 김기태 감독은 최근 유독 번트 실패가 많다는 '아픈'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우리 팀 선수들도 대부분 번트를 잘 대는 편이다. 서동욱 김용의 김태군 등이 잘 댄다. 요근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번트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현역 시절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강타자로 번트를 시도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번트가 낯설 법 했다.
요미우리 코치 시절 일화도 털어놓았다. 어느 날, '어떻게 하면 기습번트를 잘 댈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기습번트를 거의 대지 않아 제대로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단 한차례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이마저도 파울이 됐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많이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마구잡이로 답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완벽히 설명하기 위해 김 감독은 메인 타격코치와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다. 그런데 둘 다 마찬가지로 홈런 타자 출신이어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수비코치와 주루코치에게 계속해서 기습번트에 대해 물었고, 이론서를 공부한 뒤에야 제대로 답변을 해줬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도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웃었다. 비록 번트가 그의 '주전공'은 아니었지만, 코치가 '남의 분야'라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선수에게 질문을 받으면, 해결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번트를 잘 대는 선수는 누굴까. 김 감독은 예상 외로 홈런타자의 이름을 꺼냈다. "타팀 선수들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내가 현역으로 뛸 때 박경완이 정말 잘 댔다. 300홈런을 친 박경완은 번트도 일품이었다. 번트 시프트가 나와도 그걸 피해서 대더라"며 SK 박경완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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