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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헤더를 대하는 감독들의 반응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09:11 | 최종수정 2012-09-10 09:11


9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2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우천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그라운드로 나와 내리는 비의 양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09/



'더블헤더? 그때 그때 달라요.'

시즌 막판 더블헤더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빡빡한 잔여일정 소화를 위해 더블헤더 경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규시즌 후 예정된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 일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더이상 우천 취소경기가 나올 경우 더블헤더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향후 국제대회 일정을 보면 쿠바와의 친선경기(11월 3~4일), 부산 아시아시리즈(11월 8∼11일)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에 올시즌 프로야구는 10월 말까지 포스트시즌을 마쳐야 한다.

현재 페넌트레이스는 10월 2일까지 일정이 짜여진 상태. 하지만 그동안 태풍과 우천으로 인해 취소된 경기가 추가로 발생했다.

9일 우천 취소된 삼성-두산전은 추후 편성으로 미뤄졌지만 롯데-한화전은 10일 여유일로 늦추면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번 주중에도 비가 예보됐기 때문에 더블헤더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때문에 더블헤더를 대하는 각 팀 감독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라며 강하게 우려하는 '반대파'가 있는가 하면 "차라리 잘됐다" 는 등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수용파'로 크게 나뉜다.

대표적인 '반대파'는 선동열 KIA 감독이다. KIA는 9일 현재 4위 두산과 4경기 차로, 마지막 4강 진출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지옥의 7연전을 치른 KIA로서는 선수들의 체력을 생각해서라도 더블헤더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4강 스트레스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가는 분위기인데 더블헤더로 인해 체력저하가 가속화되면 본격적으로 한층 치열해질 순위싸움에서 손해를 볼 게 뻔하다.

선 감독이 더블헤더를 반대하는 이유는 팀 성적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야구의 질과 팬 서비스를 더 걱정했다.

선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면 몰라도 현재 우리나라 선수층의 실정으로는 더블헤더가 힘들다"면서 "과거 우리 세대들이 현역 시절에는 더블헤더를 밥먹듯이 했지만 요즘 선수들은 탐탁치 않아 하는 하는데다, 더블헤더에 적응도 안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선 감독의 판단에 따르면 더블헤더로 인해 경기내용의 질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수년간 많은 노력끝에 프로야구 인기 절정기에 올라선 작금의 상황에서 질낮은 야구를 보여주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게 선 감독의 주장이다. 시즌 막판 순위싸움일 치열할수록 더 수준높은 야구를 선사하는 게 팬 서비스라는 것이다.

KIA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잔여경기를 남겨 놓고 있으니 선 감독의 걱정은 자꾸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은 "더블헤더라고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류 감독은 "시즌 막판에 순위싸움과 선수들의 개인 타이틀 때문에 전력을 페이스 조절을 할 여유가 없다. 더블헤더가 부담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정규시즌 이후 충분한 휴식시간이 있기 때문에 막판 체력부담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바라보는 양 감독 역시 류 감독과 비슷한 '더블헤더 계산법'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순위싸움 때문에 자꾸 피말리느니 더블헤더라도 해서 빨리 정규시즌을 끝내는 게 낫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양 감독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나. 이왕 치를 경기 빨리 끝내는 게 낫다"면서 "더블헤더라고 굳이 부담가질 것 없이 1승1패만 하자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 더블헤더가 제도화된 시절에도 한 팀이 모두 이기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최하위 한화의 한용덕 감독대행은 다른 시각으로 더블헤더를 찬성했다. "우리 팀이 막판 순위싸움을 하는 것도 아는데 더블헤더라고 걱정할 필요가 있겠냐"면서 "차라리 더블헤더를 통해 올시즌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이래저래 힘든 시즌을 보낸 선수와 코치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이후의 과제가 산적한 팀이다. 새감독 선임은 물론 팀 전력과 분위기를 하루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경기 일정이 늘어질수록 득보다 실이 많다. 그래서 더블헤더가 내심 고맙다.

이처럼 제각각의 평가를 받는 더블헤더가 막상 현실화됐을 때 어떤 결과로 팀을 울리고 웃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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