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입고 뛴 게 엊그제 같은데…."
이만수 감독이 미국에서 귀국해 SK의 수석코치를 맡은 2007년만 해도 지금의 야구열기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당시 문학구장은 2005년 개막전 이후 2년 넘게 매진이 된 적이 없었고, 3만명이 들어올 수 있는 구장엔 평균 5000∼6000명 정도의 관중만 온 것. 이 감독에겐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느낄만 했다. 자신의 현역시절엔 팬들이 넘쳐났고, 코치시절을 보낸 미국 메이저리그는 평일에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
이 감독은 당시 4월 29일 LG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앞으로 홈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이 만원이 된다면 속옷을 입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말했다. 농담성의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팬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기사화되고 팬들의 관심을 받게되면서 매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엔 '설마'하는 의견도 많았다. 그만큼 관중몰이가 쉽지 않았던 시절.
이 감독은 "이렇게 야구 인기가 많아진 것은 선수들과 프런트, 관중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라며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100만 돌파 경기 땐 세리머니가 있을까. 이 감독은 그냥 웃었다. 더이상 그런 세리머니로 관중을 불러들이는 게 아닌 멋진 경기로 관중을 끌어모으겠다는 뜻이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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