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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오승환, 포스팅 금액 누가 더 나올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9-04 20:30


8월 31일 광주 한화-KIA전.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이 KIA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대화 감독을 경질한 한화가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제2의 시한폭탄을 떠안게 됐다. 올시즌 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류현진은 최근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7시즌을 채워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후임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한화로선 어수선한 가운데 또다른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한화는 선뜻 류현진의 해외진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해도 꼴찌가 유력하다.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팀을 재건하려면 마운드의 기둥 류현진이 꼭 필요하다. 시즌 전부터 내부적으로 류현진 문제를 조심스럽게 논의를 해왔지만, 류현진 입에서 먼저 터져나온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잡을 수도 없다. 구단과 논의없이 언론에 먼저 빅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 류현진이다. 이미 한화에 마음이 떠났다고 봐야 한다. 의욕을 잃은 선수를 억지로 앉혀놔 봐야 양자 모두 득이 될 게 없다. 류현진의 해외진출에 우호적인 야구계 분위기, 여론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한화가 류현진을 보내야 한다면, 결국 관건은 포스팅 금액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감독 선임과 시스템 재정비, 서산 2군 구장 개장 등 당면한 문제가 많다. 류현진건은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해보겠다"는 게 한화 구단의 공식 입장이지만, 분명한 건 헐값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상금 성격인 포스팅 액수 문제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
8월 31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화 선발 류현진의 시합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심이 걸린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럼 한화가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또 류현진이 시장에 나왔을 때 어느 정도 금액이 나올까. 더불어 류현진과 함께 올시즌이 끝난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 삼성의 특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팅을 거쳐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사례가 없었기에 쉽지 않은 예상이다.

"메이저리그쪽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한국야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기 위해 5000만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을 냈는데, 우리와는 케이스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일본은 이미 검증을 거친 리그지만 한국은 아직도 미지의 리그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국내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100만(약 11억3000만원)~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류현진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면 평가가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지속적으로 류현진을 체크해온 점을 들어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뉴욕 양키스 고위 관계자가 류현진 영입이 가능한 지를 국내 전문가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설명
7월 29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전 9회말 등판한 삼성 오승환이 조중근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을 듣고 포기를 했다고 한다. 2~3년 전에는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오승환을 주목했다고 한다.

류현진은 여전히 구위가 좋고, 오승환은 이전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25세인 류현진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볼 수 있고, 왼손 투수라는 이점이 있다.

한 국내 전문가는 "포스팅에는 경쟁이 따르기 때문에 류현진 정도라면 1500만달러(약 17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오승환은 예전에 비해 구위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1000만달러(약 113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선발 투수인 류현진이 마무리인 오승환보다 우위일 거라는 예상이다.

오승환은 아직까지 해외진출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살이라도 적을 때 도전해보겠다"는 뜻은 밝혔었다. 메이저리그보다는 현실적으로 적응에 유리한 일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버팔로스가 오승환 영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일본 구단이 이번 시즌 종료 후 오승환을 영입하려면 삼성에 임대료(이적료)를 내야 한다.

몇 년 전 오승환에게 관심을 나타냈던 메이저리그 구단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발 류현진과 간판 마무리 오승환. 올시즌이 끝나면 둘의 해외진출 여부로 야구판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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