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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강 외국인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는 팀은 두산이다.
프록터는 4-3으로 앞서 있던 8회 2사 1,2루에서 니퍼트에 이어 등판했다. 3연패에 빠져 있던 두산으로서는 핵심 셋업맨 홍상삼이 팔꿈치 피로 누적으로 등판이 힘든 상황에서 곧바로 마무리 프록터를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록터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SK 김강민에게 130㎞짜리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다혈질의 승부사 프록터는 살짝 덕아웃쪽을 바라본 뒤 다시 침착하게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니퍼트의 시즌 12승째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9회초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2점을 뽑아내 결국 6대4로 승리, 연패를 끊었다. 프록터는 1⅓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7⅔이닝 동안 8안타 4실점의 역투를 펼친 니퍼트는 팀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어느 누가 됐든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불펜 투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심정이 들 수 밖에 없다. 올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프록터는 '용병 선배'인 니퍼트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 평소답지 않은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후 김진욱 감독은 "어제에 이어 타선이 터지면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면서도 "니퍼트의 호투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록터의 블론세이브만 아니었다면 김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니퍼트 승-프록터 세이브'가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는 의미였다.
시즌 막판 두산은 불펜 투수들이 피로 증상을 보이고 있어 마운드 운용이 경쟁팀들에 비해 힘겨운 상황이다. 하지만 시즌 내내 강력한 승부욕을 보여온 프록터는 체력 부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도 어떤 경기가 됐든 즐거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한다. 프록터로서는 3연패를 끊던 이날 절친 니퍼트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자랑스럽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었던 아쉬움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둘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