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포수 기근, 포수 육성이 어려워진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8-27 12:05 | 최종수정 2012-08-27 12:05



포수, 프로야구에서 가장 특수한 포지션이다. 유일하게 홈플레이트가 아닌,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는 자리다. 다른 이들과 달리 투수의 공을 먼저 받는다.

다른 야수들은 제 자리에서 상대 타자가 친 공을 받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투수 역시 투구 후엔 아홉번째 야수가 된다. 그렇다고 포수도 야수가 아닌 것은 아니다. 번트 타구나 빗맞은 타구가 자기 앞이나 뒤로 향하면 어김없이 잡아내야 한다.

점점 커지는 포수의 중요성, 포수는 다재다능해야 한다

포수는 정말 할 일이 많다. 먼저 투수와 사인을 주고 받아 어떤 공을 던질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투수가 던진 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잡아내고, 심판에겐 스트라이크존에서 한 개쯤 빠진 공도 스트라이크로 보일 만큼 유연한 미트질을 해줘야 한다. 벤치의 사인을 받아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정해주기도 한다.

투수가 던진 공이 혹시나 땅에 튀기기라도 하면 몸을 던져 막아야 한다. 뒤로 향하면, 곧바로 주자는 한 베이스를 더 간다. 호시탐탐 다음 베이스를 노리고 있는 상대 주자는 항상 견제해야 한다. 혹시나 뛰기라도 한다면,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상대를 잡아내야 한다.

단순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상당히 길어졌다. 어느 포지션이 편하겠느냐만은, 포수 만큼 경기 내내 두뇌를 쉴 새 없이 돌려야 할 곳은 없다. 투수는 공격 때 쉬기라도 하지만, 포수는 타석에도 들어서야 한다. 정말 고역이다.

점점 세밀한 야구, 데이터 야구를 지향하는 현대 야구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빈틈을 현미경처럼 파고드는 상대편에 대항해, 마찬가지로 '매의 눈'과 '빠른 두뇌 회전'을 갖추는 건 필수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에선 쉽사리 포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90년대처럼 신인 포수가 재능을 인정받아 금세 주전 마스크를 쓰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주전 포수들의 노쇠화가 심각해졌다. 그만큼 훌륭한 포수가 나오면 '롱런'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를 발굴·육성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절대 안된다.


롯데와 두산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1,3루 롯데 용덕한의 스퀴즈번트로 역전을 허용한 두산 포수 양의지가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26/

1위 삼성의 몇 안되는 고민, '포스트 진갑용' 체제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중인 삼성 역시 이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팀이다. 2000년대 삼성 황금기의 주역이지만, 74년생인 진갑용은 만으로 38세다. 빨리 '포스트 진갑용'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진갑용의 뒤를 받칠 '넘버 투' 찾기에 열을 올렸다. 전지훈련에 진갑용 채상병 이정식 이지영 김동명 등 총 5명의 포수를 데려갔고, 국내에 머물던 현재윤도 뒤늦게 불러들였다.

백업 포수 싸움의 승자는 신고선수 출신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86년생으로 굥다. 또한 지난해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군필자'다. 타고난 방망이 실력을 인정받아 시즌 중 기회를 잡았고, 이젠 어엿한 '넘버 투' 포수로 육성중이다. 내부에선 포수로서의 자질도 충분해 키워볼 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 8타점을 기록중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지영에 대해 "정말 많이 늘었다. 역시 포수는 1군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포수 육성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류 감독은 "포수가 갖춰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 이젠 옛날처럼 송구만 강해서 되는 게 아니다. 요즘은 포수 하나 키우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도 포수가 신고선수까지 10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28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삼성과 SK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 삼성 포수 이지영과 채상병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2루 송구를 훈련하고 있는 이지영(오른쪽 두번째).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6.28
포수 지도자 없는 아마추어 야구, 포수 기근 부른다

도대체 왜 포수 육성이 어려운 것일까. 류 감독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마추어 야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고교 야구 코칭스태프를 봐라. 감독 1명에 투수와 야수를 맡는 코치 1명씩 있는 게 보통이다. 투수는 투수코치가 전담하고, 야수는 감독과 타격코치가 타격과 수비, 주루를 모두 가르친다. 포수도 다른 야수들과 똑같이 배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 감독의 말대로 고교 야구 코칭스태프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 정도로 이뤄진다. 하지만 각각의 팀 사정상 이도 천차만별이다. 포수 출신 코칭스태프가 감독이나 타격코치로 있는 팀은 보다 상황이 낫지만, 배터리코치가 따로 있는 팀은 거의 없다.

프로의 포수 출신 지도자들이 비시즌 기간, 출신교 혹은 지인의 부탁을 받은 학교에 가서 인스트럭터 역할을 하는 이유다. 좋은 '시간 강사'만 초빙해도 포수의 기량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한다.

류 감독은 "얼마 전 조범현 감독님을 만났는데 아마추어 쪽 지도를 가끔하시는데 고맙다는 전화를 참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화 강성우 코치도 겨울에 경북고에서 애들을 가르치더라. 아마추어에 포수 출신 지도자가 많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건 대학 쪽이다. 보다 두터운 코칭스태프를 갖고 있다. 그나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엔 모든 구단들이 초고교급 포수가 나와도 대졸 포수를 우선순위로 두고 신인지명에 임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고졸 포수들은 기본기 자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프로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것 역시 '불편한 진실'이다.

류 감독의 마지막 말이 여운에 남았다. "요즘 고교 야구를 보면, 누가 포수인지 딱 알 수 있다. 제일 덩치가 크고, 뚱뚱한 선수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쓴다. 포수는 둔하면 안되는 포지션인데…, 왜 다들 비슷한 선택만 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삼성과 롯데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1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루 롯데 포수 강민호가 삼성 정형식의 파울타구를 급소에 맞은 후 괴로워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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