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 "멘붕? 빨리 잊는 법도 익히는 중"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8-26 11:30


25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2012 프로야구 KIA와 한화의 경기를 앞두고 KIA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안치홍이 선수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25/

KIA 안치홍.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9/

KIA 안치홍은 보물 같은 선수다.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 올시즌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의 LCK포가 거의 개점 휴업중이기 때문.

시즌 전 안치홍은 '3번 기용설'을 크게 반겼다. "꼭 해보고 싶던 타순"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좋아할 틈이 없다. 앞뒤로 병풍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안치홍은 3번 뿐 아니라 2~7번까지 두루 배치됐다. 그의 넓은 활용폭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자 그에게 기대는 팀의 의존도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부담도 커졌다. 실제 현재 안치홍은 KIA 타선의 핵심이다. 그의 해결 능력에 따라 팀의 득점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5일 한화전이 대표적 경기였다. 1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나지완이 삼진으로 물러선 뒤 들어선 첫 타석. "조금 부담스러웠다"던 그 타석에서 큼직한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지난 9일 넥센전 이후 무려 10경기만에 뽑아낸 선취점. 안치홍은 이날 2개의 2루타와 번트 안타 등 보여줄 건 다 보여주며 3타수3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럼에도 가장 잘 한 플레이는 1회 첫 타석이었다. 그만큼 팀에 중요한 선취점이었다.

안치홍에게 참 많이 힘든 올시즌이다. 상대적 역할이 커지면서 꼬이는 경기가 많아졌다.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 탓이다. "멘붕이 이미 왔다"고 말할 정도로 실수하는 경기도 종종 있다. 누구보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고민이 많은 스물셋 청년. 괴롭다. 하지만 이 또한 최고를 향한 과정일 뿐이다. 고졸 4년차 안치홍은 이제 대학교 4학년 나이다. 만약 대학 진학을 했다면 내년에 대졸 신인일 뿐이다. 선배들의 무더기 이탈로 너무 많은 짐을 친채 뚜벅뚜벅 무거운 발걸음을 딛고 있는 올시즌.

괴로운 이유, 하나 더 있다. 홈런 실종이다. 2009년 입단 후 지난 3년간 안치홍의 타율과 홈런은 반비례 관계였다. 타율은 '0.235→0.291→0.315'로 큰 오름세. 반대로 홈런은 '14→8→5'로 줄었다. "균형을 맞춰보고 싶었다"던 그였지만 25일 현재 0.294의 타율에 홈런은 3개 뿐이다. 이 또한 환경 탓이 있다. 마음껏 큰 스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았다. 안치홍은 홈런에 대해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여러가지 마음의 부담과 멘탈 붕괴. 안치홍은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사실 이미 멘붕은 왔는데요. 또 나름대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요. 슬럼프도 그래요. 리즈 공(23일 LG전)을 툭 밀어 빗맞는 안타가 됐는데 그 이후 좋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프로 4년차가 감당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2012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 2루수를 향해 완성돼 가는 안치홍에게 있어 훗날 보약같은 한해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