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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야구를 상징하던 '악바리' 박정태. 올시즌 1군 타격코치 보직을 새롭게 받아든 박 코치에게서 왕년 '악바리'의 향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자상하게 선수들에게 타격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친형같은 모습. 하지만 제자들의 방망이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는 숙명에 처했다. 남모르게 덕아웃 뒤에서 한숨을 쉬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초보 타격코치의 1군 적응기를 직접 들어봤다.
하지만 1군과 2군은 엄연히 다르다. 한 팀의 타격을 책임져야하는 타격코치 자리는 2군 감독 자리보다 더욱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지도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2군에서는 부족한 선수들을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지도하면 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1군은 이미 완성된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박 코치는 "사실 1군 선수들에게는 특별히 기술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없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단, 기본에 어긋난 플레이를 할 때는 따끔하게 지적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타자들이 부진해 경기에서 패하면 타격코치는 고개도 들 수 없다. 박 코치는 "점수가 안나 경기에 패하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지도자로 치면 신인에 불과하다. 나 역시 배우고 있는 단계"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박 코치는 매경기 후 선수들의 타격 내용을 꼼꼼하게 적은 노트를 들고 코치실로 사라진다.
초보 1군 코치로서의 가장 큰 딜레마는 무엇일까. 바로 성적과 성장 사이의 조화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코치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1군 선수단은 성적을 내야 한다. 성적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선수를 키울 수는 없다.
박 코치는 "주전급 선수가 아니면 1군 경기에서 안정적인 기회를 얻기 힘들다. 이 선수들이 실전 경기를 많이 소화하면 실력이 금세 는다"면서 "하지만 무턱대고 이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 주전 선수들을 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안정적인 타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에게 "첫 해 어느 타자에게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기도 하다. 박 코치는 "백업 타자들에게 더 신경쓰게 된다. 이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코치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반기 들어 타선의 침체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박 코치. 최근에는 조금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8월 2개에 그치던 홈런포가 연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강민호에 국한되던 홈런이 중심타선인 홍성흔, 박종윤에게서 나오는 것이 긍정적인 대목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