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2의 '채병용 묘안' 주목받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8-23 08:59 | 최종수정 2012-08-23 08:59


프로야구 넥센과 SK의 경기가 31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채병용이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7.31/


22일 펼쳐진 SK와 한화의 연장혈투는 두 가지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작은 듯하지만 양팀의 객관적인 실력차를 알게 해주는 시금석이었다.

작전수행 능력과 불펜의 명암이 그 '두 가지'다.

양팀의 작전수행 능력은 연장 11회 극명하게 비교됐다. SK는 11회말 1사 만루에서 정근우의 절묘한 스퀴즈번트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기록했다. 정근우가 1루쪽으로 정확하게 떨어뜨린 타구는 제아무리 민첩한 투수라도 실점을 저지하기 힘들었다.

이 번트 하나 때문에 한화는 역전패에 울어야 했다. 하지만 한화는 그 전부터 울고 있었다. 이길 수 있는 천금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11회초 1사 3루의 득점찬스를 맞았다. 연장 승부이기 때문에 1점만 내도 대성공이다. 대타 이여상을 투입한 한화는 번트작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여상은 번트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볼카운트 2B2S로 몰린 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같은 번트작전이었지만 수행능력에서는 차이가 컸다.

이날 불펜의 능력도 희비를 갈랐다. SK는 6명의 불펜을 동원해 7이닝 무실점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한화는 5명이 5⅓이닝 3실점이다. 한화는 이날 사실상 무명이자 선발 경험이 없는 윤근영을 투입해 기대 이상의 수확을 올렸다. 윤근영이 5⅓이닝 3실점으로 버텨주는 사이 상대 선발 송은범을 4이닝 만에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스코어도 5-2로 앞섰다. 하지만 불펜을 투입한 순간 동점 스리런포를 허용하며 다 잡은 고기를 놓쳐야 했다. 그사이 SK 불펜은 송은범이 채우지 못한 이닝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보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또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SK 이만수 감독은 그동안 엄정욱의 부상 이탈 때문에 불펜진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엄정욱은 지난 20일 왼쪽 옆구리 근육 손상으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엄정욱이 없으면 선발과 다른 불펜들에게도 과부하가 걸릴 텐데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던 이 감독이 불펜 무실점 호투에 웃을 수 있었던 데에는 묘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채병용 깜짝 불펜'이다. 이 감독은 "선진야구의 묘안이다"며 경기 전부터 예고를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2위 싸움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시즌 내내 괴롭혔던 부상자 릴레이가 여전하다"며 울상을 짓던 이 감독을 반색하게 만든 이는 성 준 투수코치였다.

선발 채병용이 어차피 불펜 피칭을 하면서 24일 등판을 준비하는 김에 중간계투 실전 피칭으로 엄정욱의 공백을 메우고 연습도 시키자는 게 성 코치의 아이디어였다.

이 감독은 "성 코치와 엄정욱 땜질문제를 상의를 했는데 밤을 새워 고민했는지 채병용 활용안을 제시하더라"면서 "선진야구에서도 시즌 막판이나 중간에 과부하가 걸리면 이같은 방법을 쓴다고 하니 과연 무릎이 탁 쳐졌다"며 성 코치의 성의에 감탄했다.

채병용이 1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24일 선발 등판에도 무리가 되지 않고 엄정욱의 공백으로 선발과 불펜진에 걸린 과부하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이 감독은 기대했다.

이 묘안이 제대로 통했다. 5-5로 맞서던 9회초 이 감독은 5번째 투수로 채병용을 투입했다. 첫 상대 정범모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채병용은 후속타자 2명을 희생번트와 1루수 플라이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주며 급한 불을 끈 뒤 내려갔다. 연장으로 접어드는 바람에 불펜 투수를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SK로서는 채병용이 맡아준 ⅔이닝은 소금과도 같았다.

불펜의 첫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긴 이 감독이 앞으로 어떤 묘안을 들고 나올지 관심사다. 이 감독은 채병용 묘안을 앞으로도 계속 써먹을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발진이 불펜 아르바이트를 뛰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선진형 기법이라며 상당히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엄정욱의 부상 악재 속에서도 파죽의 6연승을 달린 SK가 어떤 깜짝 처방전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나갈질 관심이 모아진다. 제2의 '채병용 묘안'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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