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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게임에도 징크스와 스토리가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8-22 09:19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갑작스러운 폭우에 경기가 중단되자 경기장 운영요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덥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8.21.

"노게임에도 스토리가 있다."

'하다가 그만두면 안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괜히 헛심을 쓰며 정력을 낭비하게 되고, 하려고 했던 일을 완료하지 못한데 따른 찜찜한 미련이 적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프로야구의 우천 노게임이 딱 그런 경우다. 노게임은 5회말 이전에 우천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더이상 경기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을 때 추후 새로 경기를 치르기로 하고 중도 취소하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시즌 경기일정에서는 노게임도 같은 우천취소로 표시된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에 비로 인해 일찌감치 판을 접는 우천취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노게임의 경우 경기 진행 상황에 따른 승패의 운명이 바뀌는 등 희비가 엇갈릴 수 있고, 개인기록에도 영향을 끼치는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정에 없던 휴식을 얻어 '길가다 돈주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우천취소에 비하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1일 SK-한화전과 두산-넥센전이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인해 경기 도중 잇달아 취소되면서 올시즌 노게임이 6호째로 늘어났다. 이들 노게임을 살펴보면 그들만의 웃지못할 스토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올시즌 노게임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지역차별(?)이다. 공교롭게도 6차례 노게임 모두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시즌 첫 노게임으로 등록된 6월 29일 SK-LG전의 장소가 인천 문학구장이었는데 시즌 5호째인 21일 SK-한화전 역시 문학구장에서 취소됐다.

잠실구장은 시즌 2호째 노게임인 7월 14일 LG -넥센전을 시작으로 8월 14일 LG-KIA전(시즌 3호), 21일 두산-넥센전(시즌 6호)에 이르기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비의 저주에 걸려들었다. 나머지 1차례는 8월 14일 넥센-두산전(시즌 4호)이 열린 목동구장이었다.

노게임에 연루된 팀들을 살펴보면 단골손님도 등장한다. 최고 단골손님은 LG다. LG는 시즌 1, 2, 3호의 노게임을 잇달아 겪는 진기록을 남기며 비를 몰고 다니는 대표적인 팀이 됐다. 넥센도 만만치 않다. 넥센은 2, 4, 6호 노게임을 기록했다.

특히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이번에 연거푸 노게임으로 처리되기도 했다. 두산과 함께 SK가 2차례 노게임을 겪었고 한화는 이번에 처음이었다.

문학구장 노게임에는 '2루타 징크스'가 있어 당사자들에겐 아쉬움을 남긴다. 21일 SK-한화전의 경우 2-2로 맞서있던 4회초 한화 선두타자 김태균이 우중간 2루타를 친 뒤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중단됐다가 결국 취소됐다. 문학구장은 시즌 1호(SK-LG전) 노게임을 맞을 때도 2루타에서 멈췄다. 시즌 5호 SK-한화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동점(0-0) 상황이었고, 2회말 SK 선두타자 김강민이 좌전 2루타를 치며 무사 2루 찬스를 맞았다가 비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타율 3할8푼8리를 기록중이던 김태균은 이날 볼넷에 이어 힘겹게 만든 2루타로 3할9푼대 복귀를 바라봤지만 그 안타가 허무하게 침수되는 바람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래도 김태균의 아쉬움은 이길 것 같았던 경기를 날린 경우에 비하면 약과다. 두산은 8월 14일 목동 넥센전에서 4회말 1사까지 3-0으로 앞서다가 노게임이 선언됐다. 4회 1사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두산 선발 이용찬은 당시 시즌 10승 기회를 아쉽게 놓쳐야 했다. 같은 날 잠실 KIA-LG전에서도 4회까지 5-2로 앞서있던 KIA가 땅을 쳐야 했다.

노게임을 전후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경우도 있다. 가장 재미를 본 팀은 단골손님 LG다. LG는 시즌 1호 노게임 이전에 6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노게임이 선언되기 직전에도 SK 김강민에게 무사 2루를 허용한 위기였다. 하지만 노게임으로 위기를 모면한 이후 2연승을 기록했다. LG는 시즌 2호와 3호 노게임 이후에도 각각 2, 3연승을 하며 노게임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SK는 LG와의 시즌 1호 노게임 이후 재개된 경기에서 연패를 시작하더니 내리 8연패까지 빠지며 올시즌 최악의 위기를 맞았었다. LG의 시즌 3호 노게임 상대였던 KIA는 SK와 마찬가지로 5연패(21일 현재)의 수렁에 빠졌다. SK와 KIA에게는 'LG전 노게임 저주'가 있었던 것이다. 두산 역시 지난 14일 넥센전 노게임 이후 4연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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