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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전반기 LG만큼 극단을 오간 팀이 또 있을까. 시즌 개막 전 LG는 한화, 넥센과 함께 전문가들이 꼽은 꼴찌 후보였다. 주전 포수인 조인성이 SK로 떠났고, 주축 투수 두 명이 경기조작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 신바람 야구로 한시절 프로야구판을 뒤흔들었던 LG가 만신창이가 됐다. 1968년 생 젊은 지도자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만으로 결핍된 그 무엇을 채우기는 어려운 듯 보였다. 그런데 LG는 이런 예상을 깨고 시즌 초반 선전했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극강'으로 평가됐던 삼성을 개막 2연패로 밀어넣더니, 4월에 8승8패 승률 5할을 기록한데 이어, 22승21패 승률 5할1푼2로 6월을 맞았다. 133경기를 치러야 하는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남아있었지만 팬들을 이전과는 다른 LG를 기대하게 됐다.
결국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에서 성적을 내려면 백업자원이 좋아야 한다. 4월 시즌을 시작하면 시즌 중반 반드시 한 번쯤 고비를 맞게 되는 데, 이 때 지친 선수를 대신해줄 대체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선수가 많은 팀을 '체력이 좋은 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페넌트레이스는 포스트 시즌처럼 몇 경기로 승부를 내는 단기전이 아니다. 팀의 평균 전력이 그대로 반영되는 장기레이스다. 이런 면에서 LG는 부족한 면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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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실책 75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중요한 순간 어이없는 수비 실책이 팀 분위기를 망쳤다. 흔히 센터라인, 즉 포수와 2루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중앙라인이 좋아야 강한 팀이라고 하는데, LG는 이 부분이 특히 취약하다.
타율 3할 안팎을 기록 중인 이병규 이진영 정성훈 최동수가 버티고 있는 타선은 화려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득점권 타율이 2할5푼1리로 시즌 타율 2할6푼6리를 밑돈다. 8개 구단 중 시즌 타율보다 득점권 타율이 안 좋은 팀은 LG가 유일하다.
LG는 왜 내년이 기대되는가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한 LG. 생체적인 나이나 프로 경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큰 경기 경험, 자신감이다. 지난 9년 간 하위권을 맴돌았던 LG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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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10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보통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은 세대교체, 리빌딩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선수단 개편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 간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고, 선후배간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 성적에 부진에 따른 책임 소재를 놓고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LG가 그랬다.
하지만 올시즌 LG는 분위기가 다르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이 감독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할만큼 팀 분위기가 안정적이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무리한 세대교체를 지양하면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형식의 리빌딩 작업도 좋은 점수를 줄만 하다. 양준혁 위원은 "최동수 같은 고참 선수가 잘 해주고 있지만, 고참 선수와 젊은 선수를 모두 써가면서 베테랑 선수를 자극하고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고 했다. 비록 올시즌 LG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 시즌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