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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불펜. 조금씩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최대성, 김성배, 이명우 등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던 롯데 불펜 투수들이다. 여기에 정대현까지 가세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선수의 부활이 절실하다. 바로 올시즌 전 정대현과 함께 FA로 영입된 좌완 이승호다.
일단 확실한 불펜 요원 1명이 추가되는 것은 팀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필요한 순간마다 등판해야하는 불펜투수들의 사정상, 시즌 중 과부하에 걸릴 수 있는 위기가 많기 때문.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 많은 투수가 나눠 던질 수록 각 선수의 체력은 세이브될 수 있다.
하지만 이승호가 등장하자마자, 그것도 좌타자인 박 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모든 작전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장 이정민이 투입돼 불을 껐다. 그 사이 롯데가 7회말 2점을 내 경기를 뒤집었다.
물론, 이승호가 7회를 깔끔히 마무리 했다고 해도 8회 또다시 등판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또 이날 패배를 이승호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불펜 총가동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 그리고 SK 라인업에 좌타자가 많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승호가 한두타자 정도는 더 상대할 수 있었다. 투수운용에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어쨌든 롯데는 8회 이정민을 내리고 김성배를 투입했다. 하지만 위기를 맞았다. 김성배에 이어 이명우, 최대성, 정대현이 모두 투입됐다. 하지만 최대성이 동점타, 정대현이 역전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가 역전되자 진명호가 등장했다. 결국 롯데는 8회에만 5명의 투수를 투입하고 경기까지 패하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투수 교체가 말리는 느낌이었다.
올시즌 이승호는 37⅔이닝을 투구해 평균자책점은 2.39를 기록 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 올시즌 이승호가 등판한 32경기 중 안타를 내주지 않은 경기수가 12에 그친다는 것을 확인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승호는 올시즌을 앞두고 24억원의 거액을 받으며 큰 기대속에 롯데에 입단했다. 애초에 선발로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 문제 등이 겹치며 겨우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선발로서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필승조가 아닌 롱릴리프였다. 구위와 제구 모두 온전치 않았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은 기다렸다. 2009, 2010년 SK 소속으로 화끈한 투구를 선보이던 그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반기 막판 무렵 컨디션이 올라오는 듯 했다. 양 감독은 "이제 필승조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한 경험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든든한 역할을 해주던 좌완 강영식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2군에 내려가 이승호의 활약이 더욱 절실했다. 하지만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제구가 흔들릴 때는 느린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든 타이밍이다. 롯데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1~2경기 결과에 따라 올시즌 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마무리 김사율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정대현의 몸상태도 아직 100% 검증이 안됐다. 나머지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보통 한 팀의 투수 엔트리에서 '추격조', 다시 말해 롱릴리프나 임시 선발 등의 역할을 하는 투수는 2명 정도다. 롯데는 현재 진명호와 이정민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이승호가 앞서고 있는 경기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승호도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보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더욱 힘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