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용병 1명 없는 최하위 한화의 손익계산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04:45 | 최종수정 2012-08-01 06:40


프로야구 한화와 KIA의 경기가 27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졌다. 7회초 1사 3루의 찬스가 오자 한대화 감독이 장성호를 불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7.27/


한화는 외국인 선수 1명을 잃은 채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다.

5명이 뛰는 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 1명을 팀 전력의 50%라고 할 정도로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크다.

프로야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 2명 가운데 1명이 없다는 것은 '차'와 '포' 가운데 1개를 빼고 두는 장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시즌 내내 최하위에서 맴돌고 있는 한화의 처지와 외국인 선수 2명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다른 7개팀과 비교할 때 한화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한화의 이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난달 24일 외국인 투수 션 헨을 퇴출시키면서 비롯됐다. 한화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추가영입도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하자 주변에서는 "결국 올시즌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다.

시즌 초반 배스의 조기퇴출 이후 대체자원으로 데려온 션 헨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외국인 선수 영입을 책임지는 구단의 스카우트 능력에 비판이 쏟아졌다.


션 헨의 퇴출은 구단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션 헨 퇴출로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화의 션 헨 퇴출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엄밀히 따져 보면 장-단기적인 시각에서 긍정요인이 더 많았다.

우선 한화는 션 헨 퇴출이라는 충격요법을 꺼내든 이후 31일까지 7경기에서 5승2패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를 포기했음에도 이 과정에서 한화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꼴찌(4.94)에서 2위(3.05)로 급향상됐다.

하반기 초반이긴 하지만 꼴찌의 돌풍이라고 할 만하다. 션 헨을 퇴출시킨 것이 선수단 내부결속을 다지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션 헨이 한화에 입단한 이후 예상밖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동료 선수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불펜 자원으로 통하지 않아서 선발로 전환시켜 봤지만 역시 효과가 없자 선수들의 불안감은 심화됐다. 배스로 인해 한 번 실망했기 때문에 션 헨에 대한 기대가 컸던 터라 더욱 그랬다.

션 헨의 조직생활도 한화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션 헨이 미국에서 그래왔다는 이유로 1주일에 3번 이상 던질 수 없다고 고집한다"며 항상 난감해했다. 매일 던져야 직성이 풀린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바티스타와 비교됐을 뿐 아니라 몸사리는 등판 습관을 고수하는 것은 조직력에 해가 된다. 한화같은 처지의 팀에서는 빈말로라도 전투력을 보이는 선수가 절실하다.

이처럼 궁합이 맞지 않은 션 헨을 포기한 것은 '앓던 이'를 뺀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션 헨을 퇴출시킨 진짜 이유도 따로 있다. 젊은 선수들의 사기를 더이상 꺾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한 감독의 설명이다.

한화 선발진에서 박찬호 류현진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한화가 미래의 자원으로 키우고 있는 젊은 유망주들이다. 션 헨이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이들 가운데 1명은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유창식 양 훈 김혁민 등 젊은 투수들은 올시즌에 그런대로 잘 버텨오고 있었기에 굳이 선발진에서 제외시킬 명분이 약했다.

한화는 올시즌 포스트시즌을 노릴 처지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젊은 피'를 키우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기량이 부족한 션 헨을 억지로 끼워넣고 '젊은 피'의 기회를 줄이는 것은 죽도 밥도 안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감독은 "지금 한화는 눈앞의 성적이 아니라 내년과 그 이후를 봐야 한다. 그 미래는 젊은 선수들에게 달렸다. 션 헨 퇴출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션 헨을 내친 한화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나서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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