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개성 만점' 세리머니 전성시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4-27 14:12 | 최종수정 2012-04-27 14:12


26일 대구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 삼성 이승엽이 우월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후배들의 엄지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26/

'LG에 검지 세리머니가 있다면 우리는 엄지 세리머니다?'

2012 프로야구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각 팀, 각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다. 프로 스포츠는 단순히 경기의 승패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통쾌한, 또는 아기자기한 세리머니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새로 등장한 세리머니 중 단연 화제는 바로 LG 김기태 감독의 지휘하에 나오는 손가락 세리머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득점 후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그리고 경기 승리 후 선수들을 맞을 때 보통 감독들처럼 주먹, 손바닥으로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는다. 서로의 검지 손가락을 맞댄다. 그냥 스치는 것이 아니다. 검지가 교차할 때 약간의 힘을 준다. 김 감독은 세리머니의 의미에 대해 비밀로 부치다 최근 "하나가 되자는 뜻도 있고, 또 서로 기를 주고받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없어 보인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26일 류택현의 최다경기 출전에 대한 시상을 하기 위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도 류택현과 손가락 세리머니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팬들도 관심이 많아 구단은 아예 검지 모양의 응원도구를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라이벌 LG와 넥센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26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 앞서 817게임으로 투수 최다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류택현에 대한 KBO 구본능 총재의 시상이 있었다. 시상을 위해 잠실 구장을 찾은 구본능 KBO 총재가 LG 김기태 감독과 손가락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4.26/
삼성도 LG에 질 수 없어서였을까. 새로운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삼성의 새 세리머니 주인공은 '라이언킹' 이승엽이다. 26일 대구 롯데전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승엽 역시 치켜든 엄지를 동료들과 맞대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국내 최고타자인 이승엽에 대한 후배들의 예우인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엄지 세리머니가 탄생한 사연이 재밌다. 물론 '이승엽 최고'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는 주된 탄생 배경이 아니었다. 이승엽은 평소 엄지를 살짝 든 채 약간은 엉성한 폼으로 달린다. 이 모습을 후배들이 캐치해냈다. 그래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그의 달리는 폼을 흉내내기 위해 엄지를 들게 됐다. 짓궂은 후배들이 이승엽을 살짝 놀리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에 개의치 않고 함께 즐거워했다.


새로운 라이벌 LG와 넥센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26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킨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포수 강귀태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4.26/
넥센 포수 강귀태도 신작 세리머니를 출품했다. 강귀태는 자신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경기가 마무리 되면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투수와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팔을 맞댔다.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한 후에는 이정훈과, 26일 LG 승리 후에는 마무리 손승락과 세리머니를 나누며 기뻐했다. 여기에는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강귀태의 세리머니는 생갭다 단순했다. 영어로 승리를 의미하는 Victory를 상징하는 V라고 한다.


롯데와 SK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1루 롯데 홍성흔이 우월 2점짜리 동점홈런을 치고 유먼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4.17/
롯데 홍성흔과 새로운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의 세리머니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17일 부산 SK전에 유먼이 선발로 나섰는데 이날 홍성흔이 4회말 동점 투런포를 때려냈다. 덕아웃에 들어온 홍성흔은 유먼과 마주보고 양팔을 아래로 벌리며 포효했다. 두 사람의 화끈한 세리머니에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세리머니에도 사연이 숨어있다. 아들 화철이가 가장 좋아하는 '파워레인저'의 주인공 포즈를 흉내낸 것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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