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두산과 김진욱 감독이 찾은 방향성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27 08:22


두산이 26일 인천서 SK를 꺾고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승리 직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두산 선수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한 방에 끝내 버린다. 이른바, '원샷원킬.'

초보사령탑 두산 김진욱 감독이 조금씩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김 감독의 세밀하고도 공격적인 전략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연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산이 시즌초 무서운 기세로 선두로 나선 것은 김 감독의 과감한 지휘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두산의 전통적인 색깔인 '뚝심'의 야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26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두산은 0-0이던 5회 찬스에서 한꺼번에 4점을 뽑아내며 4대2로 승리했다. 이날 단독 선두였던 롯데가 삼성에 패해 두산은 공동 1위가 됐다. 지난 2010년 4월17일 이후 740일만에 순위표 맨꼭대기로 올라섰다. 김 감독의 작전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5회 선두 손시헌의 솔로홈런에 이어 허경민의 기습번트 안타로 1사 1루. 김 감독은 이어 이종욱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지시, 이종욱은 윤희상의 초구 변화구를 잡아당겨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무사 1,3루서 정수빈의 2루 땅볼과 김현수의 우익선상 2루타로 3-0을 만들었다. 정수빈과 김현수 모두 구위가 떨어진 윤희상의 초구를 공략한 것이었다. 한 번 문 고기를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법. 뚝심의 곰군단은 5회 4득점으로 분위기를 끌어와 승리를 낚았다.

26일 현재 두산의 성적은 8승1무4패. 이날처럼 한 번의 찬스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대량 득점으로 연결해 승리한 경기가 4게임이나 된다. 역전승은 3차례로 롯데와 함께 8개팀중 두 번째로 많다. 지난 8일 잠실 넥센전에서는 8-11로 뒤진 8회말 7안타로 5점을 뽑아내며 13대11의 역전승을 거뒀다. 11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0-0이던 3회 이원석의 만루홈런 등으로 6점을 폭발시키며 결국 6대0으로 승리했다. 17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1회 상대 선발 장원삼으로부터 8점을 빼앗으며 9대1로 이겼다. 당시 김동주가 장원삼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가볍게 잡아당겨 좌전안타로 연결한 것이 대량 득점의 출발이었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상황에 맞게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1점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아직 두산 선수들이 김 감독의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게임을 치를수록 응집력과 뚝심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김 감독의 지휘 스타일이 '방향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적이고도 밀도높은 플레이가 돋보인다.

물론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도 두산이 시즌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팬들도 오랜만에 두산다운 야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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