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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지역 또 있어요."
최근 국내 구장들의 외야펜스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5일 한화 정원석이 문학구장 SK전 도중 뜬공을 잡으려다가 외야펜스에 부딪혀 오른손가락 탈골수술을 받게 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구단들이 후원업체 광고를 위해 펜스에 페인트칠 등을 하는 과정에서 펜스 표면이 딱딱해진 원인 등이 문제점으로 노출됐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은 외야펜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문제의 경기장을 경험했던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야펜스처럼 직접적인 부상을 초래하지는 않더라도 플레이를 위축시키고,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기피대상'이 있었다.
사직구장 내야 그라운드와 잠실구장 내야 철조망이 그 기피대상이다.
사직구장에 내야 그라운드에 대한 선수들의 공포감은 생갭다 심했다. 내야의 흙바닥이 시멘트 바닥처럼 너무 딱딱한 바람에 수비를 할 때 너무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타구가 바운드되면 갑자기 가속도가 높아져 튀어오르는 통에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는 것. 맨땅이라도 다른 구장처럼 푹신한 느낌이 없으니 다이빙 캐치를 하거나 송구를 하기 위한 순간적인 발동작을 할 때 부상걱정을 하게 될 정도라고 한다.
올시즌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한 선수는 "사직구장에서 내야수비를 하다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다른 구장에 비해 너무 딱딱해서 경기 내내 신경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시범경기 등을 통해 그나마 적응을 했다고 하는 롯데 선수들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러다가 사직구장에서 바운드볼에 얼굴을 맞아 쓰러지는 사고가 생길 것이란 얘기도 돌도 있다"고 우렸했다.
사직구장 내야 그라운드가 이처럼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올해 초 실시한 흙 교체 공사 때문이다. 지난해 사직구장 등 일부 구장의 토양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돼 파문이 일자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그해 12월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그라운드 흙 교체공사를 실시했다.
사업소는 내야, 홈플레이트 부근, 외야 러닝 트랙, 더그 아웃 앞쪽의 석면이 검출된 사문석 파쇄토를 제거한 후 견운모 파쇄토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견운모 파쇄토만 깔면 바닥이 너무 무르기 때문에 견고성을 더하기 위해 마사토를 섞었다. 그런데 마사토의 배합 비율이 너무 높았던 까닭인지 그라운드 바닥이 너무 딱딱해진 것이다.
"테니스 코트나 시멘트 바닥에서 경기를 치르는 기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20일 현재 사직구장에서 발생한 내야수의 실책 비율이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잠실구장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총 8경기를 치른 사직구장에서 발생한 실책은 총 11개였는데 이 가운데 내야수의 실책은 7개에 달했다. 두산과 LG가 함께 사용한 까닭에 가장 많은 10경기를 치른 잠실구장에서 나온 실책은 총 13개였고 이 중 내야수 실책은 9개였다. 사직구장이 2경기를 덜 치른 점을 감안하면 국내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내야 실책을 기록한 수준이다.
또다른 '공포물'은 잠실구장의 불펜구역을 경계짓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이다. 완중장치가 전혀 돼있지 않아서 선수들이 높이 뜬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들다가 팔을 긁히거나 타박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화 강동우는 "높이 뜬 타구를 잡기 위해 선수들은 철조망을 타고 올라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박한 재질로 구성돼 있는 바람에 부상 공포심을 안고 경기를 해야 한다"면서 "비싸지 않은 스펀지나 쿠션 테이프만 감아놔도 한결 안정된 마음으로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텐데 작은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