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이 한 나쁜 짓을 잊지 못하나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19일 부산 SK전에 앞서 상대팀 SK 이만수 감독과의 대학시절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대학 1학년 때 타석에서 포수로 앉아있던 이 감독을 방망이로 쳤다는 것.
취재진이 이 감독에게 이 에피소드를 말하자 이 감독은 "양 감독이 머리가 좋은가봐. 난 기억에 없는데…"라고 했다. 그런 일이 너무 많았고 그렇게 하는게 당연한 시절이었다는 것.
이 감독은 "그 시절엔 야구를 못되게 했었다. 그렇게 안하면 선배들한테 맞았다. 안맞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해야했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벽보고 소리 지르는 것을 먼저 배웠다는 이 감독은 "변성기 때도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했더니 언젠가는 목에서 피가 나더라. 지금 쉰 목소리가 나는 것도 그 때 소리를 많이 질러서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내가 은퇴할 때 내가 몸에 맞는 볼이 가장 많았다"라며 "말 많다고 맞고, 홈런 친다고 맞고, 세리머니 했다고 맞고 정말 많이 공에 맞았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지난 96년 6월 23일 대구 쌍방울전 때 머리에 맞힌 쌍방울 투수 박진석을 따라간 사건. "초구에 몸쪽으로 와서 피했고, 그땐 내가 선배라서 '한번만 더하면 죽인다'라고 경고를 했는데 당시 포수였던 박경완이 '괜찮아 한번 더'라고 말하더라. 그리곤 진짜 공이 머리쪽으로 와서 헬멧에 맞았다"라고 이 감독은 회상. "너무 화가 나서 뛰어갔고 거의 잡을 뻔했는데 내가 다리가 느리다보니 결국 벌어지더라. 그리고 이광길 코치가 쫓아와 나를 잡아서 결국 못잡았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현역시절 통산 118개의 사구를 맞았다. 역대 11위. 동시대 선수들 중에선 1위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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