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치 작두타기를 지켜 보는 심정이다.
골프로 눈을 돌려보자. 흔히 장타자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파워풀한 스윙의 장타자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데뷔 때부터 300야드 이상의 티샷을 날렸다는 그는 늘 방향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 남들보다 짧은 드라이버를 잡고 스탠스 폭을 수시로 바꾼다. 스윙 아크가 클수록 스윙 스피드가 빠를수록 정확도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리즈나 바티스타 같은 파이어볼러 투수도 같은 이유다.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백스윙 폭은 크게 팔스윙 스피드는 빠르게 가져간다. 마무리 투수인 이들 두 투수에는 그래서 등판 후 첫 피칭이 중요하다. 스트라이크를 꽃아 넣으면 관성에 따라 유사한 밸런스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심리적 압박감 속에 초구가 말도 안될 정도로 빠지면 밸런스가 확 무너질 확률이 크다.
투구폼 수정? or 장점 극대화?
그렇다면 삼성 오승환, KIA 윤석민, 한화 류현진 등 빠른 볼을 던지는 국내 초특급 투수들은 이들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비밀은 안정된 투구 폼에 숨어 있다. 세 투수 모두 안정감 있는 투구 폼과 밸런스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유지한다. 급격하게 제구가 안되는 '재앙적 사태'를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리즈나 바티스타의 해법은 투구폼 수정일까. 결코 쉽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이들은 '완성' 형태로 국내에 스카우트 된 외국인 투수다. '육성'이 아닌 '즉시 투입'을 목적으로 한 선택. 게다가 이들은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폼보다 개성을 강조하는 미국 야구를 통해 현재의 와일드한 투구폼을 형성했다. 때문에 국내 코칭스태프는 대개 외국인 투수의 투구폼에 과도한 메스를 대지는 않는다. 기존 투구폼의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밸런스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경우에 따라 국내 지도자들의 조언을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흔히 있다.(물론 그런 선수 대부분은 조기 퇴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단점에 대한 수정보다는 장점 극대화가 정답일 수 있다. 실제 그런 방향으로 지도한다. 리즈와 바티스타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린다.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버릴 수 없는 장점이자 극단적으로 말해 두 투수만의 정체성이자 존재의 이유다.
'도움'이 필요하다
매력 넘치는 최고의 강속구 투수. 하지만 양날의 칼과 같다. 좋을 때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지만, 나쁠 때는 그저 형편 없는 투수로 전락한다. 천당과 지옥, 극과극의 가능성을 내포한 마무리 리즈와 바티스타에게는 특별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동료의 수비 지원은 필수다. 리즈는 '악몽' 이후 첫 등판이던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서 유격수 오지환의 센스있는 병살플레이로 위기를 넘겼다. 바티스타는 '사구→보크→볼넷' 이후 볼배합을 커브 위주로 바꾼 포수 신경현의 도움으로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벤치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시즌 초반인 만큼 가능하다면 등판 간격과 점수 차 등에 대한 배려를 통해 자신감을 높여 연착륙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너무 오래 쉬거나, 1점차 승부에서는 '영점 조준'이 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가장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것이 마무리 투수의 숙명이란 점에 두 팀 사령탑의 딜레마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