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볼과 슬라이더, 윤석민 14K에 담긴 구질 다양성의 힘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17 21:59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KIA의 경기에서 KIA 윤석민이 9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완투승을 거뒀다. 승리가 확정된 뒤 포수 차일목이 윤석민에게 승리의 볼을 건내주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KIA 윤석민이 이번에도 팜볼을 하나 섞었다.

팜볼은 희귀 구질이다. 프로 원년 OB 박철순이 요긴하게 던지며 한때 "너클볼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던 그 구질. 박철순 이후 실전에서 팜볼을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된다.

윤석민은 1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3안타 무4사구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승. 지난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승패가 없었던 아쉬움을 6일만에 달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KIA가 2대1로 신승했으니 윤석민은 시즌 초반에 타선 지원과는 참 인연이 없다. 하지만 타선이 2점만 뽑아주면 1점만 내주는 게 바로 에이스의 능력. 윤석민이 바로 그랬다.

이날 탈삼진 14개로 본인 한경기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윤석민의 기록은 12개였다. 한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은 KIA 선동열 감독이 현역 시절 세운 18개. 정규이닝 기준으로는 한화 류현진의 17개가 기록이다.

윤석민의 완투는 개인 8호째 기록. 지난해 7월30일 광주 넥센전(완봉)이 마지막이었다. 올시즌 기준으로는 두산 니퍼트에 이어 두번째 완투. 무4사구 완투승은 개인 2호째다.

이날 윤석민은 경기후 "7회에 강정호를 삼진 잡을 때 팜볼을 한개 던졌다"고 말했다. 넥센 강정호는 볼카운트 1B2S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그때 구질이 팜볼이었다는 것이다. 팜볼은 잘못 던지면 장타를 허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윤석민은 많이 던지지 않고 극히 드물게 실전에서 섞고 있다. 한두개씩만 던져도 타자로 하여금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삼성전에서도 팜볼 하나를 던졌다고 했다.

팜볼이 희귀성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면, 이날 윤석민의 주요 승부구는 역시 슬라이더와 서클체인지업이었다. 포심패스트볼 39개, 슬라이더 45개, 체인지업 17개, 기타 2개 등 구질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14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최고 시속 144㎞까지 나왔다. 슬라이더 자체도 137㎞에서 144㎞까지 구속 차이가 있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 체인지업은 최고 130㎞였다. 오른손타자의 바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왼손타자의 바깥으로 흐르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뿌렸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변화구를 모두 잘 던지는 투수는 한국프로야구에 몇 없다.

윤석민은 2회에 넥센 박병호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 그는 "초반에 컨디션이 좋았지만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홈런 한방 맞고 나서 더 집중력이 생겼다. 실투가 20개 정도 나왔는데 평소보다 마음먹은대로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자신의 한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을 세운 것과 관련해선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유인구를 던졌고 풀카운트에선 타자들이 타이밍이 조금 늦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정구장이었지만 KIA팬들의 응원 함성이 컸다. 윤석민은 "예전엔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엔돌핀이 확 솟구치면서 힘으로만 던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짜릿하게 소름이 돋아도 신경 안쓰려 노력한다"고 했다.

한화 류현진이 13일 SK전에서 탈삼진 13개를 기록했었다. 윤석민은 "굳이 현진이보다 삼진을 더 잡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게임이 잘 풀렸다. 컨디션이 좋아서 9회에는 욕심을 냈다"며 웃었다.


목동=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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