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계륵'된 외국인 투수들, 이를 어찌할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4-17 14:26 | 최종수정 2012-04-17 14:26


개막 직후 어깨 염증으로 이탈한 KIA 투수 호라시오 라미레즈.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3.21/

로페즈는 11일 목동 넥센전 호투 이후 두번째 등판을 앞두고 어깨 뭉침 현상을 호소하며 엔트리에서 빠졌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11/

데뷔전에서 최악의 피칭으로 '퇴출설' 도마에 오른 한화 브라이언 배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3.28.

"싹이 노랗다면 미리 잘라내야 한다."

"이제 시즌 초반일 뿐이다. 기다리고 기회를 줘야 한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상반된 견해. 어느 쪽이 정답일까. 그 어느 시즌보다 촘촘해진 전력 차. 팀 당 2명의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는 순위 싸움의 주요 변수다. 벌써부터 입지가 불안한 선수들이 보인다. 부상과 부진 탓이다. 지난 겨울 각 팀 관계자들은 보다 나은 외국인 투수를 뽑기 위해 애썼다. 마운드 중시 분위기 속에 16명의 외국인 선수 전원이 투수로 채워졌다. 그 중 절반인 8명이 새 얼굴이다.

시즌 초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일찌감치 '퇴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화 선발 브라이언 배스가 대표적이다. 캠프 때부터 불안했다. 압도적 구위가 아닌데다 퀵 모션 등 미세한 경기 운영적 측면에서도 보완점을 노출했다. 뚜껑을 열자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15일 SK와의 데뷔전 1⅓이닝 8실점. KIA 투수 앤서니 르루도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8실점(평균자책점 6.55)하며 아직까지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선발로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느냐 여부가 의문 부호의 핵심이다. 롯데 3년차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도 출발이 썩 좋지 못하다. 2경기에서 승패 없이 9이닝 7실점(5자책, 5.00).

아예 기량이 확 떨어지면 낫다. 고민 없이 교체 카드를 모색하면 된다. 하지만 부상 이탈은 애매하다. 버리자니 아깝고, 기다리자니 하세월이다. KIA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와 SK 아퀼리노 로페즈가 해당 선수. 라미레즈는 개막 직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염증이 발견된 만큼 길게는 한달 공백도 감수해야 할 형편.

로페즈도 팀에 고민을 안겼다. 17일 사직 롯데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어깨가 뭉쳤다.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로페즈 이탈 속에 SK는 풀타임 선발투수가 전무해졌다. 본인은 "열흘이면 충분하다"며 조기복귀를 자신하지만 불안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캠프 때 이미 같은 문제를 호소하며 피칭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한국나이로 서른여덟이란 고령의 투수. 수상쩍다. 지난 시즌 후 중남미 리그 참가도 불안 요소. 국내 데뷔 첫 해인 지난 2009년 풀시즌을 소화하며 KIA의 우승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수상(14-5, 3.12)했던 그는 아픈 데 없는 고무팔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휴식 없이 도미니칸리그에 참가한 이후 이듬해 구위와 성적(4-10, 4.66)이 뚝 떨어졌다. KIA가 '겨우내 중남미 리그 불참가'를 3년째 재계약 조건으로 걸었다. 옆구리 통증으로 지난해 후반기를 날린 로페즈는 KIA와의 재계약 확률이 희박하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즌 후 멕시칸리그에 '부담 없이' 참가했다. 국내에서 3년 연속 매시즌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터. 노장 투수에게 휴식 없는 겨울은 위험하다. 지난해 옆구리에 이어 올해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는 점은 일단 몸상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교체란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한화, KIA, SK 등은 예비 후보들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점 상 교체가 쉽지만은 않다. 이미 소속팀이 정해진 채로 시즌을 시작해 이적 절차가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대체 선수가 급한 국내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대체 후보 선수들이 협상 주도권을 쥘 수 밖에 없다. 시장 가격보다 몸값이 치솟는다. KIA 선동열 감독이 라미레즈에 대해 "바꾼다고 좋은 투수를 영입한다는 보장이 없다. 4월까지는 지켜보겠다"며 유보 결정을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각 구단의 적절한 판단과 대응 여부. 올시즌 순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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