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없을 때만 나오는 파이어볼러 최대성, 진짜 이유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2-04-17 13:43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최대성에 대한 배려. 그 진짜 이유가 뭘까. 8일 한화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장면.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시계를 지난 금요일로 되돌려보자. 13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와 두산의 주말 3연전 첫 경기.

덕아웃에 있던 롯데 양승호 감독은 "최대성의 부담을 줄여주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내보내지 않는다"며 "이거 상대팀이 알면 곤란한데"라고 미소지었다.

실제 최대성은 올 시즌 5경기에 중간계투로 등판했다. 단 한 차례도 주자는 없었다.

퀵모션이 문제일까

물론 "상대팀이 알면 곤란하다"고 말한 양 감독의 멘트는 농담이다. 8개 구단의 전력분석팀은 상대의 약점에 대해 현미경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다.

최대성은 시즌 초반 롯데 필승계투조 중 가장 믿을 만한 선수다.2007년 5월10일 인천 SK전에서 158㎞를 찍으며 엄정욱(SK)과 함께 국내선수 최고구속을 기록했다. 그리고 3년 11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그는 올 시즌 157㎞의 구속을 기록하기도 했다. 파이어볼러로 잔뜩 주목받고 있는 최대성이지만 올 시즌 거품은 없다.

5게임 출전해 4⅔이닝 무실점. 2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정대현과 이승호의 부상으로 믿을만한 중간계투진이 부족한 롯데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항상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다. 주자가 있는 가운데서 빠른 동작으로 던져야 하는 '퀵모션이 느린가'라는 의심이 가장 먼저 든다. 사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퀵모션이 느린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의외의 답을 건넨다. "최대성의 퀵모션은 1.30초 안에 항상 들어온다. 롯데 투수들 중에서도 매우 빠른 편"이라고 했다.

보통 1.30초 정도가 평균이다. 가장 빠른 경우 1.17초까지도 나온다. 과거 KIA 선동열 감독의 퀵모션은 명품이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봉중근(LG)과 고창성(두산) 등이 손에 꼽히는 빠른 퀵모션을 장착하고 있다. 그럼 최대성의 경우 퀵모션이 문제가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

최대성을 위한 장기플랜

허구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최대성의 바뀐 투구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단은 그것만 하면 된다"고 극찬했다.

어떤 투구폼의 변화가 있었을까. 최대성의 폼을 유심히 보면 좀 특이하다. 세트 포지션(투구 시작전 준비동작)에서 키킹(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매우 느리다. 축이 되는 오른 다리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천천히 볼을 뒤로 가져가는 테이크 백 동작까지 슬로모션같다. 허 위원은 "오른 다리가 굳건히 서 있기 때문에 스피드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제구력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른 다리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게 형성되면서 제구력이 잡힌다는 의미.

이런 일련의 투구 메커니즘을 최대성의 투구폼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투구가 한결 안정적이 됐다. 허 위원은 "지금 상태만 보면 엄정욱보다 최대성이 더 안정적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던 엄정욱은 제구력이 훨씬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최대성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는 의미.

이럴 경우 드는 걱정이 퀵 모션이다. 과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퀵모션으로 던질 때도 이런 안정적인 투구 메커니즘을 사용할 수 있냐는 의미. 실제 지난 14일 두산과의 주말 2차전에서 두산의 대주자 허경민에게 도루를 허용하기도 했다. 물론 빠른 주자였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최대성의 대처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상황.

이런 부분에 대해 양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성이 바뀐 투구폼을 얼마나 빨리 100% 소화하느냐다.

주자가 있을 경우 투구폼이 빨라지면 이런 좋은 리듬을 놓칠 수 있다. 때문에 최대성이 가지고 있는 퀵모션이 아니라 투구폼의 안정적인 습득을 위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보내는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상의 위험이다. 최대성의 몸은 유연하지 않다. 주 코치는 "좀 뻣뻣하기 때문에 부상에 대해 항상 신경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보다 주자가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투구폼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많다. 이런 두 가지 이유때문에 경기 초반 최대성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다.

최대성은 하체를 100%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릴리스포인트를 좀 더 타자 앞쪽으로 당겨야 한다. 그러나 이런 불완전함 속에서도 150㎞가 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만큼 아직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 최대성에 대한 많은 배려는 앞으로 롯데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지 모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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