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망치는 롯데 사장의 '막말'

기사입력 2012-04-10 14:05 | 최종수정 2012-04-10 15:58


통 커야 할 롯데가 또한번 '속좁은 안티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프로야구 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합류 여부가 다음 이사회로 미뤄졌다. 야구팬들에겐 즉각적이고도 중요한 문제였지만, 롯데를 정점으로 한 기존 구단들에겐 그다지 시급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12년 제3차 이사회를 열었다. KBO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 9개 구단의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안건은 두가지였다. 지난해 창단된 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합류 문제, 또하나는 10구단 창단 문제였다.

결과적으로는 다음 이사회로 미뤄졌다. 양해영 사무총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공식 발표되진 않았었지만 지난해 이사회에선 NC가 2014년에 1군에 합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그런데 NC와 창원시의 준비 과정이 빨리 진행됨에 따라 내년부터 1군에 참가하겠다는 요청이 구두로 있었다.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NC가 2013년 1군 합류 의지와 그간의 준비상황 등을 정식 공문으로 제출하면 실행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다음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O 실행위원회는 단장들의 모임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결정권이 없다. 실행위원회로 안건이 되돌아갔다는 건 곧 원점부터 재논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 총장은 "10구단 창단 문제 역시 실행위원회에서 별도 심의한 뒤 차기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 분위기와 여론을 감안했을 때 NC 다이노스는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안건이 다시 하위 결정단계로 되돌려졌다는 건 결국 기존 구단중 일부의 '텃세'가 작용했다는 걸 짐작케 한다.

지난해 9구단 창단 과정에서도 롯데 장병수 사장이 극렬 반대했었다. 심지어 장 사장은 9구단 창단이 승인된 뒤에도 "롯데가 반대했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주문까지 했었다. 기존의 제2구장인 '옆동네' 창원에 신생 구단이 들어서는 게 롯데에겐 부담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장병수 사장은 이날 3차 이사회를 앞두고도 취재진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이사회에서 졸속처리를 하는 바람에 이제와서 다른 말이 나오고 있다. NC는 본래 2014년에 1군에 진입하는 것으로 얘기가 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도 성적이 안 좋을 때 하루 관중이 60여명이었던 적도 있었다. 한국에선 6개 팀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난해 1,2년차 사장이 많아서, 잘 몰라서 흐지부지 결정됐는데 다들 겪어봤으니 이번엔 제대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까지 말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선수수급 과정을 거치면서 2013년에 1군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론도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NC는 62명의 선수를 확보하고 미국으로 전훈캠프도 다녀왔다. 마산구장 리모델링도 마쳤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날 NC측에서 이같은 과정과 노력에 대해 설명했고, 그 결과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검증 차원에서 다시 실행위원회부터 논의하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10구단과 관련해서 양해영 사무총장은 "여론은 빨리 10구단을 창단하라는 쪽인 건 맞지만 리그의 확장이란 문제는 회원사들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다. 당장 결정하면 좋겠지만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10구단 관련해서 컨설팅을 받았던 결과도 조금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총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찬반 논리가 크게 부딪힌 건 없다. 이사들은 NC의 노력을 충분히 설명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할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롯데를 포함해 몇몇 구단이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반대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0구단 문제는 사실상 거의 논의되지도 못했다. 기존 구단들이 새 구단 창단을 단기적인 위협요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결국엔 롯데가 NC의 출현으로 인해 영역을 침범당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아직은 루머 수준에 불과하지만 9구단 체제가 아니라, 기존 넥센 히어로즈가 해체돼 8개 구단 체제로 이어지는 걸 원하는 구단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결국 장병수 사장은 프로야구단 운영은 대기업이 해야 적절하다고 했던 지난해 의견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81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직전 롯데의 재계순위는 거의 50위권이었다. 롯데그룹은 1년여전 '통큰치킨'을 발매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곧바로 접었다. 대기업이 아니면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고, 한마리 5000원짜리 치킨 사업에는 대기업이 눈 딱 감고 뛰어들어도 된다는 이상한 행태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선 오는 11월6일부터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아시아시리즈를 열기로 확정했다. 한국 리그를 대표해서 한국시리즈 우승팀과 연고팀인 롯데가 자동 출전한다. 롯데가 우승을 차지할 경우엔 준우승 팀이 참가하게 된다. 또한 이날 이사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KBO 감사로 현 홍형기 감사를 유임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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