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풍양속 개인기념구 어떻게 주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4-10 10:57 | 최종수정 2012-04-10 10:58


지난 8일 잠실 넥센전서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마무리 프록터는 마지막 타자 이택근을 우익수플라이로 처리한 공을 국내 첫 세이브 기념구로 간직하게 됐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프로 데뷔 첫 안타, 첫 승, 첫 홈런 등은 선수로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프로야구에는 이같은 선수 개인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할 수 있는 '물건'을 챙기는 문화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다. 데뷔 첫 안타 공, 첫 승 공, 첫 홈런 공 등은 선수 개인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들이다.

넥센 서건창은 지난 7일 두산전에서 5회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올렸다. 2008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서건창으로서는 데뷔 이후 2군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인내의 시간을 보낸 뒤 올해 1군에 올라 처음으로 터뜨린 안타였으니 감격의 눈물을 흘릴 법했다. 두산측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타구를 잡은 두산 중견수 이종욱은 공을 넥센측에 건넸고, 공은 서건창의 손에 안겼다.

다음날 게임에서는 두산 허경민과 최재훈이 8회말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터뜨렸다. 넥센 야수들은 이들의 안타가 데뷔 첫 기록이라는 두산측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공을 챙겨주었다. 넥센은 8회말 수비때 역전을 허용해 내심 속이 뒤집히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기념구 챙겨주는 '미풍양속'은 기꺼이 따랐다.

기념구를 챙기는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와 일본 등 전 세계 야구의 공통 문화다. 하지만 다소 애미한 경우도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지난 8일 넥센에 13대11로 역전승을 거두며 사령탑 데뷔 첫 승의 기뿜을 맛봤다. 그런데 9회초 마무리로 등판한 프록터도 승리를 지키는데 성공해 국내 무대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나 프록터에게 이날 승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 그렇다면 승리 기념구는 누구에게 주어져야 할까. 이런 경우 결정 기준은 없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이 프록터에게 공을 양보했다. 김 감독은 "나는 앞으로 공이야 언제든 이겨서 챙기면 된다. 한국에서 올린 첫 세이브이니 공은 프록터의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6년 8월29일 한화 송진우는 광주 KIA전에서 개인통산 200승을 올렸다. 국내 프로야구 첫 200승의 주인공이 된 송진우는 당시 6회말 KIA 선두 장성호에게 안타를 맞은 후 강판할 때 해당 공을 건네받아 덕아웃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200승이 확정될 경우 그 공을 기념구로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송진우는 구단의 요청을 받고 해당 공을 기증했다. 현재 송진우의 200승 공은 대전구장 한화 사료실에 보관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송진우처럼 완투를 하지 않고 승리투수가 됐을 때 승리구는 과연 어떤 공이냐 하는 것이다. 따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승리구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마지막 투수가 던진 공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송진우가 자신이 던진 마지막 공에 더 애착을 가졌다면, 해당 공이 200승 승리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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