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개막2연패에도 선동열이 웃은 이유는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4-08 19:32


애써 웃었지만 속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다.

천하의 선동열 감독이 SK에 개막 2연패를 당했다. 고향팀 KIA로 돌아와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는 선수들 탓에 제대로 된 멤버 구성이 쉽지 않았고 결국 힘에서 밀렸다. 삼성에서 6년간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한번도 개막 2연전을 다 내준 적이 없던 선 감독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개막 2연패를 안긴 상대가 바로 이만수 감독이다. 선수 시절 선 감독과 이 감독은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 스타였다. 선수로서 둘의 맞대결에선 선 감독이 더 많이 웃었다. 이 감독은 "선 감독과의 대결에서 좋은 기억이 없다"며 말을 아꼈고, 선 감독은 "내가 맞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이 감독께서 크게 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승부는 쉬웠다"고 회상했다.

선 감독은 삼성을 6년간 맡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차례나 이뤄 스타 감독이 됐고, 올해 화려하게 고향팀 감독을 맡은 반면 이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렀지만 정식 감독으로 시즌 처음부터 진두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다.

선 감독은 이 감독에게 지도자로서의 노하우를 말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30주년 레전드올스타로 뽑혀 올스타전 행사에서 만났을 때 당시 SK 2군 감독이었던 이 감독이 선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봤고, 선 감독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줬다. 이 감독은 "선 감독이 감독으로선 선배다.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선 감독은 "선수관리나 훈련 방법 등 여러가지를 물어보셔서 내가 했던 방법을 알려 드렸다. 내가 말한 것 중에서 몇 개나 응용해서 하시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베테랑 감독과 초보 감독의 개막 2연전. 그런데 KIA는 영 흥이 나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라미레즈가 왼쪽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된데다 개막전에서는 김상현이 타격 도중 손 부상을 당했다. 양현종 손영민 김진우에 라미레즈까지 빠진 마운드에 타선에선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작년 중심타자가 다 빠진 상태.

하지만 선 감독은 2연패 후에도 적어도 겉으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선수 시절 안타를 맞았을 때도 포수나 벤치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 정도론 끄덕없어'라는 의연한 사인을 보내곤 했던 그다웠다. 경기중 덕아웃에서 '다 예상됐던 일'이라는 듯 엷은 미소를 띠는 장면도 자주 포착됐다.

이렇게 다급한 와중에도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있다. 이범호도 마음 먹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태지만 확실한 몸상태가 되도록 기다려주고 있고, 김상현 역시 엔트리에서 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긴 레이스를 생각해 휴식을 주기로 했다. 경기 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 순리대로 해야 한다"며 최악의 부상 쓰나미에도 태연했다.


이런 여유는 삼성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선 감독이 삼성 사령탑을 맡던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재하 단장(현 대구FC 사장)은 "보통 사람같으면 다급해할 위기에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몇 수 앞을 대비하고 기다리는 것은 선 감독에게서 가장 존경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었다.

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전력이 떨어져도 이길 수 있는게 야구 아니겠나"라고 애써 낙관했지만 경기가 말대로 되진 않았다. 8일 SK에 1대4로 패한 뒤 "경기 초반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광주 홈 개막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덤덤히 말한 뒤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10일 광주 개막전 선발은 윤석민이다. 선 감독의 시즌 초반 시련이 얼마나 오래 갈 지가 에이스 윤석민의 어깨에 달려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SK 임훈의 3타점 적시타 때 KIA 선동열 감독이 타구가 라인을 벗어났다며 항의하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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