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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대위기', SUN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어떤 예감이라도 든 것이었을까. 선동열 감독이 지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내내 강조했던 말이 있다. "시즌 초반에는 무엇보다 부상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 자주 '부상 방지'를 언급했던 선 감독이 이끄는 KIA에서 초반 부상자가 속출하고 말았다.
스프링캠프 중반에는 좌완 선발 후보였던 양현종이 아프더니 캠프 후반에는 마무리 후보 한기주와 김진우, 사이드암 손영민, 좌완 심동섭 등 투수진들이 연달아 부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천만다행으로 한기주와 심동섭은 시범경기 기간에 맞춰 몸상태를 상당히 회복해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잠깐의 '부상 공포'는 그렇게 진정되는 듯 했다.
먼저 팀의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인 이범호가 시범경기 기간 발생한 왼쪽 손목과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끝내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어 8일 선발 예정이던 좌완 외국인선발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지난 6일 불펜피칭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이어 4번 김상현 마저 7일 인천 SK전에서 9회 타격도중 왼쪽 손바닥에 통증이 생겼다. 라미레즈와 김상현은 나란히 8일자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범호와 김상현은 KIA가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전력들이다. 공수에서 이들의 빈자리를 쉽게 대체할 만한 인물도 없다. 또 라미레즈 역시 KIA에 부족한 왼손 선발요원으로 선 감독이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다. 무엇보다도 모든 팀이 전력으로 승부를 거는 개막 초반에 이들이 최소 7~8경기 이상 빠지게 되면서 KIA가 상대적으로 뒤쳐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숨겨진 위협, 선수들의 자신감 저하
부상으로 인한 KIA의 전력저하가 겉으로 드러난 위험요소라면 선수들의 자신감 저하는 수면 밑으로 숨겨진 더 큰 위협이다. 지난 7일 SK와의 인천 개막전에서 KIA 선수들은 유난히 작아보였다. 수비실책이 잦았고, 승부처에서는 소극적인 스윙을 했다.
우선 1회말 수비. 선두타자 정근우의 내야안타로 된 무사 1루에서 이어 2번 박재상이 평범한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2루수 안치홍이 이를 잡지 못하고 실책을 범했다. 잡았다면 자연스럽게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가 가능했던 장면. 그랬다면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이 됐겠지만, 불행히도 무사 1, 2루의 위기가 됐다. 곧바로 최 정의 좌전 적시타가 터졌고, 2루주자 정근우가 홈을 밟았다. 이게 결국 결승점이었다. 안치홍은 5회에도 수비실책을 기록했다.
7회에도 투수 진해수가 실책을 저질러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8회에는 좌익수 김원섭과 중견수 이용규가 타구를 잡으려다 충돌하는 바람에 조인성의 평범한 플라이 볼을 2루타로 만들어줬다. 실책은 아니었지만, 이 장면은 KIA 수비진이 어딘지 모르게 집중력과 자신감이 결여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격에서도 자신감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4번타자로 나온 나지완이 3안타로 선전했지만, 공격의 문을 열어야 할 이용규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5번 김상현 역시 3회 2사 2루, 1회 1사 1루에서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힘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결국, 선수들의 집단부상과 자신감의 저하가 계속 이어지면 KIA는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시즌 초반에 순위싸움에서 밀려나게 되면 상위권 도약 역시 기대키 힘들다. 부임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 과연 노련한 선 감독이 시즌 초반에 발생한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