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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시즌의 예고탄이다. 8개구단 감독, 입담 전쟁부터 치열했다.
매년 미디어데이에 참가하는 8개구단 감독들은 대부분 '우승'을 목표로 내건다. 당연한 일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팬의 눈과 귀가 쏠린 자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엇비슷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각 팀의 전력은 크고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겨우내 팀의 전력강화에 매달려 온 각팀 사령탑은 올 시즌 판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체적으로 "해봐야 안다"는 의견이 고르게 퍼져나왔다.
이에 맞서는 '삼성강세론'은 KIA 선동열 감독이 먼저 내놨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 지휘봉을 잡았기에 가능한 답변이다. 선 감독은 "삼성이 1강이 아닐까 한다. 투수진이 안정된 데다 이승엽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LG 김기태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이 이에 지지의사를 보냈다.
하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색다른 전망을 했다. 양 감독의 의견은 '2강6중'. 2강은 바로 삼성과 KIA였다. 단, 2강으로 꼽은 KIA는 '선발진이 살아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한 감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특유의 위트를 과시했다. 한 감독은 " 3강5중이다. 3강은 삼성 SK KIA"라고 다소 진지하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돌연 "참고로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한 삼성을 작년에 한화가 10승9패로 이겼다는 것을 참고해달라"고 말해 한화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멍게'가 웃자 '꼴뚜기'가 버럭했다(?)
시즌 판도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던 8개구단 감독들은 2부 순서로 마련된 '감독들의 토크쇼'에서 긴장을 마음껏 풀어버리고 숨겨뒀던 입담을 술술 풀어냈다. 이날 미디어데이 사회를 맡은 SBS 배기완 아나운서와 SBS ESPN 배지현 아나운서가 키워드를 제시하고, 감독들이 그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아뿔싸. 첫 번째 주제부터 '별명'이 주제로 걸렸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키워드다. 아니나다를까, 8개구단 감독들이 비슷한 연배로 워낙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해 온 사이라 적나라한 별명이 툭툭 튀어나왔다.
류 감독이 '판도라의 상자'를 슬쩍 열었다.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멍게'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야통이라고 불려서 처음에는 '야간통행금지'인 줄 알았는데, 야구 대통령이라고 하대요. 기분 좋더군요. 계속 야통으로 불러주십쇼" 류 감독이 한때 자신의 별명이었다고 밝힌 '멍게'는 프로 초년생 시절 선동열 감독의 별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야구계에서는 일종의 '금기어'와 비슷하다. 선 감독이 이를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날은 팬들을 앞에두고 편안하게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자리. 선 감독은 '허허' 웃으며 후배 감독의 익살을 즐겼다.
선 감독은 "사실 나도 프로 초년때 별명이 멍게였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그러다 '무등산폭격기'가 됐고, 주니치에 가서는 'SUN'이라고 불렸다. 많은 별명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국보'였다. 이제 팬들께서 새로 좋은 별명하나 지어주시라"고 말해 팬들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역시 '입담'하면 한대화 감독이었다. 한 감독은 "지난해 덕아웃에서 자주 머리를 긁은 이유"를 진행자가 묻자, "감독 맡아서 계속 꼴찌하다보니 머리가 하얗게 세더라. 보기싫어 염색을 했는데, 그 후유증인가보다"라고 말해 박장대소를 자아냈다. 김시진 감독은 대학시절에 다방 DJ를 했다는 숨겨진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