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임재철, 서른일곱 우익수로 사는 법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3-29 10:20 | 최종수정 2012-03-29 10:20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2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두산 임재철이 1회말 김현수 타석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3.20/

25일 잠실에서 열린 KIA전 7회초 두산 우익수 임재철의 빨랫줄 송구에 3루주자 김원섭이 태그 아웃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3.25/

3년 전 일이다. 두산이 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 구장.

김민호 코치가 외야수들에게 악명 높기로 유명한 '아메리칸 펑고'를 치기 시작했다. 방향을 바꿔가며 쉴 새 없이 날아오는 타구. 펑고가 끝나자 흙바닥은 녹초가 된 선수들의 간이 침대가 됐다. 그 중 유일하게 가쁜 숨을 쉬며 씩 웃던 남자. 군에서 제대한 예비역 임재철이었다. 땅바닥에 쓰러진 민병헌은 "어떻게 저렇게 체력이 좋으신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캡틴' 임재철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이다. 올 가을 전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일곱살 딸 지유와 사랑하는 아내 최경선씨는 임신 중이다.

'에너자이저' 임재철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백전 노장이지만 상의를 벗은 그의 몸은 전성기 젊은 선수 못지 않다. '신체 나이'는 여전히 이십대에 머물러 있다. 경험이 풍부한 노장 외야수. 체력이 뒷받쳐 주니 막내 동생 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림이 없다. 통상 야수가 은퇴 시기를 잡는 기준은 두가지. '주루와 송구'다. 뛰고 던지는 게 힘들어지면 그 때가 바로 은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야구선수로 환갑을 넘긴 임재철은 둘 다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한창 때인 후배들보다 낫다. 판단이 빠르고 수비 폭이 넓은데다 어깨까지 강하다. 특히 어깨는 여전히 국내 외야수 중 정상급 강견을 자랑한다. 그는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 1-0으로 앞선 7회초 1사 1,3루에서 김상훈의 외야 플라이를 잡은 우익수 임재철은 주저 없이 홈으로 송구해 원바운드로 정확하게 포수 미트에 꽃았다. 정상 수비 위치에서 잡을 정도로 얕은 타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후속 동작이 워낙 간결하고 송구가 정확해 발빠른 3루 주자 김원섭은 홈에서 접전조차 펼치지 못한채 태그 아웃. 흐름 상 이날 승부를 가른 명품 수비였다.

강한 어깨는 우익수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 노장 외야수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공짜는 없다. 성실하기로 유명한 임재철의 노력은 대단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강도를 더 높인다.

한때 운영팀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두산 홍보팀 이지용 대리는 "쉬는 동안에도 튜빙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증언한다. 임재철은 농담 삼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아령을 활용한 어깨 강화도 빼놓지 않는다. 임재철은 "2kg짜리 아령을 활용해 방향을 바꿔가며 수차례씩 반복하며 어깨 강화 운동을 한다"고 귀띔한다. 야수에게 수비는 밥과 같다. 그날 그날 달라질 수 있는 반찬 같은 타격과 달리 수비는 기복 없이 꾸준해야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임재철, 그래서 그의 야구 시계 초침는 늘 청춘을 향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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