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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설문> 야구선수 생활의 발견, '이민정 가장 좋아'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3-20 17:22



지난 16년간 야구만 해온 프로 7년차 김선수씨. 오늘도 야구장 가는 발길이 가볍다.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중이다. 최근 장만한 소나타NF 중고차의 문을 열면서 김선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눈앞의 차는 벤츠 SLK로 바뀌어있다. 부르릉, 역시 비싼 차가 시동 소리도 조용하면서 중후하다. 갤럭시 노트 스마트폰을 꺼내 오늘의 훈련 내용을 점검한 뒤 걸그룹 소녀시대의 새 앨범 수록곡들을 듣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경기를 마친 뒤에 김선수는 이민정 주연의 새 영화를 여자친구와 함께 극장 심야상영관에서 보기로 했다. 지난번 봤던 '퍼펙트게임'이 꽤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 가야 하니 최근 마련한 아르마니 정장을 입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생일을 맞은 여자친구에겐 루이비통 가방을 선물할 생각이다.

차량내 TV에선 최 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야구 정보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다. '개인적으론 김민아 아나운서가 더 좋은데'라고 생각하며 야구장에 도착했다. '제발 오늘 9회에 류현진과 맞대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너무 세니까.

김선수는 다음 주말 경기때 피겨스타 김연아가 시구를 하러 온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엔 꼭 악수에 성공해야지. 축구스타 박지성도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8개구단 80명의 선수에게 물어본 '생활의 발견'

앞서 소개한 시나리오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선호도 내지는 희망사항을 물어본 결과 나온 주요 답변으로 꾸며본 얘기다. 스포츠조선은 창간 22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선수 트렌드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프로 8개 구단에서 각 10명씩, 모두 80명의 선수에게 20개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고, 가끔 동료들과 누가 맞느냐를 놓고 서로 우기는, 그런 소재들로 설문 내용을 채웠다. 지면을 빌어 설문에 응해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처럼 특정 사례 몇개를 내주고 그 안에서 고르라는 방식을 피했다. 완전한 주관식으로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에 특정 문항에선 80명 선수의 대답이 무려 54개로 나뉘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항목 혹은 인물의 득표율이 10%대에 머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신 선수들이 결코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다양한 선호도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고의 걸그룹은 소녀시대

선수들이 답한 걸그룹을 세보니 모두 18개 팀이나 됐다. 그 가운데 소녀시대가 18표(23%)로 1위를 차지했다. 씨스타가 14표(18%)로 2위에 올랐다. 티아라가 12표(15%)로 3위였다. 소녀시대와 씨스타는 예전부터 야구 경기 시구를 몇차례 했고 선수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과거 소녀시대 유리의 언더핸드 시구는 꽤 화제가 됐다. 이른바 '개념 시구'로 손꼽히던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혹시 가능하면 연예 담당 기자를 통해 씨스타 멤버들 사인 좀 받아주세요"라고 부탁해오던 지방 구단의 몇몇 어린 선수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걸그룹 카라는 의외로 2표밖에 얻지 못했다. 포미닛이 4표, 원더걸스가 3표, 2NE1도 3표, f(x)가 2표 등 표가 상당히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걸그룹을 제외한 선호 연예인을 묻는 질문에선 영화배우 이민정이 10표(13%)로 1위를 차지했다. 김태희 박하선 문채원 박민영 등이 각 4표(5%)로 그 뒤를 이었다. 1표 이상 받은 연예인이 무려 40명이었다. 손예진 최지우 하지원 수애 한예슬 이나영 아이유 한효주 등 톱스타도 각 1표에 그쳤다. 대중적인 지명도나 광고시장에서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여자 연예인들 가운데 야구선수들에겐 의외로 인기가 없는 '굴욕'의 케이스가 꽤 있었다.

KIA 이용규의 아내인 탤런트 유하나도 1표를 얻었다. 역시 남편 이용규의 선택이었다. 이용규는 이 질문에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유하나"라고 외쳤다. 신혼의 달콤함과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선택이다.

EPL 축구선수 되고싶다? 사고픈 차는 모닝? 독특한 답변들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최동원-선동열의 1승1무1패'를 소재로 한 '퍼펙트게임'이 16표(20%)로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의 야구 철학을 소재로 한 '머니볼'은 4표(5%)에 그쳤다.

선수들이 가장 사고 싶은 자동차 브랜드는 벤츠였다. 15표(19%)를 받았다. 두번째 좋아하는 차는 BMW로 13표(16%)였다. 람보르기니 슈퍼카를 언급한 선수도 8명(10%)이나 됐다. 뭐 어떠랴. 어차피 사고 싶은 차일 뿐인데. 대부분 비싼 외제차를 사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SK 내야수 김성현은 KIA 모닝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현재 차가 없고 모닝이 귀엽게 보여서"라고 답했다.

가장 정확한 KBO 소속 심판원을 묻자 무려 24명이 답변 곤란을 이유로 응답하지 않았다. 나머지 56명 가운데 17명이 이민호 심판원을 꼽았다. 만나보고 싶은 타종목 선수로는 박지성과 김연아가 각 7표(9%)로 공동 1위가 됐다. 소수 의견중에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1명), 테니스의 샤라포바(1명), 맨유의 웨인 루니(1명) 등이 있었고 엉뚱하게 강호동이라고 답한 선수도 1명 있었다.

은퇴후 해보고 싶은 직업으로는 개인사업이 20표(25%)를 받아 가장 많았다. 선생님 혹은 교수가 12표(15%)였고 야구 지도자는 4표(5%)에 그쳤다. 독특한 대답도 있었다. 야구 구단주가 되겠다는 의견(1명), 연예인(1명), 빵집 사장(1명), 펀드매니저(1명), 카레이서(1명), 축구 감독(1명), EPL 축구선수(1명) 등도 있었다. 한화 이여상은 '검사'라고 답했다. 축구 감독을 선택한 두산 이종욱은 "어려서부터 워낙 축구를 좋아했다. 축구를 하느냐 야구를 하느냐 하다가 야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팀 오재원도 "본래 축구팬이었다. 만약에라는 가정하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EPL 축구 선수를 하고 싶다는 얘기"라고 했다.

넥센의 차세대 거포 박병호는 가장 좋아하는 아나운서로 이지윤 전 KBSN 아나운서를 꼽았다. 박병호의 아내다. 현명한 처신이다. 박병호는 30억원짜리 로또에 당첨될 경우를 묻는 질문에 "1억원 기부, 5억원은 우리집, 5억원은 처가, 나머지는 와이프 주겠다"고 답했다. 은퇴후 직업으로 '빵집 사장'을 언급한 것도 박병호다.

LG 유니폼이 23표(29%)의 지지를 얻어 가장 예쁜 디자인 1위를 차지했다. SK 유니폼이 3표(4%), KIA 유니폼이 2표(3%)로 하위권에 그쳤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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