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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6·삼성)이 돌아오기 전까지 친정 삼성 구단에선 200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배번 36번 유니폼을 누구도 입지 않았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이 2003시즌을 끝으로 일본 지바 롯데로 진출하자 이승엽의 높은 팀공헌과 입지를 고려해 36번을 영구결번에 가까운 대접을 했다. 당시 삼성 구단은 "이승엽이 훗날 은퇴하면 36번을 영구결번으로 하겠다"고 했다. 일본으로 간 그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다시 삼성으로 왔고, 지난 17일 시작한 시범경기에서 36번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승엽과 삼성은 36번 배번을 다시 찾아가는 것에 이의가 없었다. 번호의 주인이 돌아왔기 때문에 다시 다는게 자연스러웠다.
8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일본 시절은 잊고 싶다"면서 36번으로 돌아왔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에서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와 오릭스에선 2군으로 떨어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래서 이승엽은 좋은 기억만을 갖고 있는 36번이 간절했다. 삼성도 사실상 영구결번과 같았던 36번을 부활시켰다.
지금까지 삼성에선 레전드 이만수(은퇴)가 달았던 22번과 양준혁(은퇴)의 10번이 영구결번됐다. 1982년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에서 영구결번된 선수는 총 10명이다. 이만수 양준혁과 함께 롯데 최동원(11번) KIA 선동열(18번) 두산 박철순(21번) 김영신(54번) LG 김용수(41번) 한화 송진우(21번) 정민철(23번) 장종훈(35번)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선 1916년 클리블랜드가 유니폼에 처음으로 번호를 달았다. 정작 유니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1929년 뉴욕 양키스가 등에 번호를 단 이후였다. 양키스에는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의 3번, 루 게릭의 4번, 조 디마지오의 5번 등 무려 15개 번호가 영구결번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배번에 대한 제한 규정은 까다롭지 않다. 0번부터 자릿수에 상관이 모두 달 수 있다. 세자릿수도 가능하다. 단 한 팀에서 같은 번호를 두 명 이상이 달지만 않으면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