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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홍성흔은 올 시즌 스트레스가 많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로 생긴 딜레마 때문이다.
홍성흔의 딜레마
17일 부산 두산과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 홍성흔은 "(이)대호의 모든 공백을 내가 메울 순 없다"고 했다.
이런 이대호의 빈자리를 홍성흔이 100% 메울 순 없다. 그의 컨택트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2009년에는 3할7푼1리, 2010년에는 3할5푼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홈런은 기복이 있었다.
때문에 홍성흔은 장타력과 컨택트 능력 사이에서 지난 3년간 많은 타격폼의 변화를 시도했다.
올 시즌 그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로 14년 차의 베테랑 타자. 하지만 이대호의 공백은 그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전지훈련 동안 스윙이 커졌다. 정확도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있었다. 이대호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홍성흔의 딜레마였다.
그는 "힘을 빼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의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오버 스윙이 자주 나오고 타격 밸런스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흔들타법의 부분수용
그는 "욕심을 비웠다"고 했다. 구체적인 홈런과 타점의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이대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20홈런, 80타점은 기록해야 한다고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욕심은 지금 나에게 사치다. 욕심을 버리는 게 일단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베테랑 타자답게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스윙폼이었다. 무의식 중에 들어가는 힘을 뺄 방법이 필요했다. 그 때 박정태 타격코치가 너무나 중요한 충고 한 마디를 건넸다.
스윙하기 직전 왼손을 배트로 감싸지 말라는 것이었다.
박 코치의 현역시절 흔들타법의 시발점. 그는 왼손으로 배트를 잡지 않고 아예 떨어뜨려놓고 있었다. 사실 그런 타격폼은 교과서적이지 않다. 박 코치는 스스로에 맞게 변형, 발전시킨 폼이다.
중요한 것은 왼손을 배트로 감싸지 않으면 힘이 저절로 빠진다는 것이었다.
홍성흔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확실히 저절로 힘이 빠졌다. 그 뒤로부터 정확성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장타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타구를 멀리보내가 위해서는 볼을 좀 더 앞에서 때려야 한다. 스윙스피드가 문제다. 왼손을 배트에서 떨어뜨려놓으니까 힘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힘이 들어간다고 장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17일 두산전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펜스를 직격하는 중월 2루타를 터뜨리기도 했다. 박 코치의 흔들타법을 자신의 폼으로 부분수용한 효과다.
앞으로 홍성흔의 딜레마를 해결할 열쇠이기도 하다. 그는 "일단 감이 좋다. 계속 이 폼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