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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려고 하는 것인가? 박현준의 말은 거짓말이다."
김성현 측 변호인 양희묵 변호사를 14일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박현준의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충격적이었다.
병원비 마련? 아버지 수술은 2009년이었다.
하지만 김성현 측 주장에 따르면 박현준의 주장 중 맞는 것은 조작으로 받은 돈의 액수, '500만원' 밖에 없다. 양 변호사는 "김성현 아버지는 2009년에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 것일까. 양 변호사는 "그건 김성현이 브로커에게 협박을 받을 때 제발 놓아달라며 꺼낸 이야기"라며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박현준이 경기조작 가담 사유로 김성현 아버지 이야기를 끼워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현준-브로커 김씨, 이미 알던 사이다.
14일 대구지검의 수사 발표를 통해서도 박현준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구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직 대학야구 투수 출신인 브로커 Z가 고등학교 후배 투수(김성현을 지칭) 또는 대학야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알게 된 선수(박현준을 지칭)에게 볼넷을 던지면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대학야구 선수 출신 브로커 김모씨(26)는 박현준과 대학 시절 알게 된 사이다. 학교는 달랐지만 동갑내기인 탓에 대회에서 자주 마주쳤고, 이를 통해 친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브로커 김씨 역시 박현준과 아는 사이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성현은 검찰 조사에서 박현준의 첫번째 조작 경기인 5월24일 경기에 대해서 '관련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김성현이 박현준에게 브로커 김씨를 소개한 것도 아니고, 박현준이 김성현의 아버지를 도와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공소장에도 이날 경기와 관련해서는 김성현의 이름이 적히지 않았다. 김성현 측의 주장이 맞다면, 박현준은 단독범행을 했으며 그저 500만원을 받기 위해 경기조작에 나선 것이다.
박현준, "도와준 걸로 해달라"고 속삭였다.
양 변호사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박현준은 지난 2일과 5일 두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김씨는 물론 김성현과도 대질 심문을 가졌다. 양 변호사는 "당시 박현준이 김성현과 있을 때 수사관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김성현에게 '(네가 브로커들로부터)협박받아서 (내가) 도와준 걸로 해달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김성현은 곧바로 거부 의사를 표했고, 5월24일 경기에 김성현은 관련없는 것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박현준의 두번째 조작경기인 6월9일 한화전은 어떨까. 박현준은 이날 금품을 받지 않고, 김성현의 빚을 줄여주는 조건으로 경기조작을 감행했다고 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양 변호사는 "브로커의 말은 박현준의 주장과 다르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현준은 500만원을 받기로 했다"며 "하지만 조작에 성공했음에도 생갭다 많은 배당금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브로커는 수익이 많지 않아 약속된 500만원을 못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돈을 못받게 되자) 그제서야 박현준은 '그러면 대신 김성현의 빚(김성현이 경기조작 실패 대가로 브로커에게 보상하기로 돼있던 3000만원)에서 조금이라도 제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대질 심문 때는 이미 상황을 체념한 김성현이 빚을 줄여주는 대가가 맞다고 진술에 동의했다. 그땐 실제로 줄여주지도 않았는데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다시 정확하게 진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김성현이 받은 금액이 700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300만원 두 차례와는 달라진 금액이다. 양 변호사는 "처음엔 200만원, 두번째엔 5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김성현이 약속된 경기에서 조작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브로커의 협박을 받고 3000만원을 뺏길 때, 받은 수표 700만원을 그대로 돌려줬다"며 "브로커가 현금이라고 말했지만, 우린 수표 추적을 해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 결과 금액이 700만원으로 수정된 것"이라고 했다.
김성현은 변호인 접견 때 "이렇게 됐는데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겠나"라고 말해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초기와 달리 지금은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절친했던 박현준의 태도에 실망한 건 분명해 보인다.
한편 스포츠조선은 이에 대한 박현준 측의 입장을 다시 듣기 위해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변호사와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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