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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2학년 내야수 심창민(19·삼성)은 고민했다. 투수를 하고 싶었다. 팀에서도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키가 문제였다. 당시 심창민의 키는1m69. 야구부 동기들 중 가장 작았다.
경북 포항 출신인 심창민은 경남중 시절 잠깐 투수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사이드암으로 던졌다. 그러다 다시 투수가 아닌 내야수를 봤다. 심창민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오버 핸드로 던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제가 사이드암으로 던지게 된 건 키가 작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창민이 투수로 전향한 후 키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1m70이 넘지 않아 키가 자라는 데 좋다는 온갖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고민했던 키는 1년에 10cm 이상 컸고, 지금은 1m85가 됐다.
심창민은 경남중 시절 은사로부터 사이드암 폼을 권유받았다. 당시 심창민은 노재완 경남중 감독의 지시를 뿌리치지 못했다. 투수를 하고 싶었다. 또 당시 사이드암으로 성공했던 임창용(야쿠르트) 권오준(삼성) 등을 보면서 미래를 꿈꿨다.
심창민이 프로야구판에서 주목을 받은 건 경남고 3학년때였다. 그는 경남고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당시 경남고에는 김우경이라는 잘 던지는 선발 투수가 있었다. 그런데 김우경이 잠깐 흔들리는 틈을 타 심창민이 2010년 청룡기대회에서 호투를 했다. 5차례 마운드에 올라 4승에 방어율 0.38로 우승컵과 MVP 트로피를 동시에 품었다.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캐나다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갔다.
삼성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심창민을 선택했다. 계약금 2억원, 연봉 2400만원을 투자했다. 제2의 임창용이 될 가능성을 본 것이다.
심창민은 지난해 삼성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어깨가 말썽을 부렸다. 투수로 전향한 후 무리하게 던진게 화근이었다. 어깨 통증으로 1년을 치료와 재활을 하느라 1군 기록이 하나도 없다. 2군 5경기에 등판한게 전부다.
심창민은 사이드암으로 꼭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대선배이자 사이드암으로 성공한 투수 권오준(삼성)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거의 매일 권오준 선배님의 투구를 지켜본다. 처음엔 무뚝뚝한 카리스마에 무서워서 말을 잘 붙이도 못했다"면서 "요즘은 투구 밸런스를 잘 잡는 방법을 귀찮게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심창민이 성장해 권오준의 대를 잇기를 기대하고 있다.
류 감독은 50일간 이어진 괌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통해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할 4명의 선수를 꼽았다. 그중 한 명이 심창민이다. 심창민은 삼성 입단전 공을 예쁘게만 던지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이드암 투수가 던지기 어려운 커브를 잘 구사했다. 손가락이 길어서 커브의 각이 컸다. 게다가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0km를 넘어섰다. 전지훈련 기간 싱커와 체인지업까지 연마했다. 임창용 처럼 커갈 자질을 갖췄다. 이제 그의 나이 19세. 간혹 팔을 들어올려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를 하는 모습까지 임창용과 닮았다.
심창민은 지난달 13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삼성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야쿠르트와 연습경기를 했고 그때 우상 임창용을 처음 만났다. 일본 무대에서 대성공을 거둔 임창용은 심창민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심창민은 대선배의 질문에 "네"라고 다섯 차례 짧게 대답만 했다고 한다. 이번 시즌을 통해 심창민은 일본에 있는 임창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류 감독이 심창민의 투입 시점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