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 "열번에 세번" 표현의 속뜻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3-07 14:03


오릭스 이대호가 지난 4일 한신과의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스포츠닛폰 본사제휴

'열번에 세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오릭스 이대호가 최근 시범경기에서 "나는 열번의 타석 중에 세번만 치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대표 마무리투수인 한신의 후지카와 규지로부터 2루타를 뽑아낸 날, 이대호는 이처럼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리그에 갓 진출한 선수치고는 상당히 유연한 자세이기도 하다.

타자가 안타를 '열번에 세번' 치면 이는 곧 타율 3할을 의미한다. '3할 예술'이라는 말이 있으니, 타자에겐 영광스런 기록이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지난해 타격 1위 이대호(0.357)를 포함해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14명 뿐이었다.

그런데 이대호의 말 속에는 또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나머지 일곱번'이 갖는 의미다. 열번에 일곱번은 못 쳐도 된다는 것인데, 이는 곧 그 일곱 차례가 세차례 안타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뜻이다.

교타자와 중장거리 타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췄던 LG 김기태 감독의 현역 시절 에피소드다.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수중 한명인 LG 조계현 수석코치는 "감독님과 현역 시절에 많이 대결해봤다. 내가 안타를 많이 얻어맞았다. 그런데 어떨 땐 타석에서 별 의욕 없이 가만히 서서 공 3개 보고 삼진 먹고 들어가기도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 공을 파악하는 타석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타자가 일부러 버리는 타석을 만드는 경우란 거의 없다. 대신 '버릴 수 있는 일곱차례 타석'이 세번의 안타를 위한 과정이 되는 게 바로 강타자들의 공통점이다. 그날 처음으로 삼진을 당했던 이대호가 조급해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

투수들에겐 비슷하게 '30경기 중에 10경기'란 얘기가 있다. 투수들은 대체로 10승 이상을 거두면 주요 전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경우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14명이었다.

5선발 체제인 팀에서 앞순위의 선발투수들은 한시즌에 30차례 가까이 등판할 수 있다. 그래서 투수코치들은 "등판 기회를 꾸준히 갖는 투수들은 사실 조급해져선 안 된다. 충분히 10승을 거둘만한 찬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몇차례 승을 따내지 못한다고 해서 조급증을 느끼면 그게 오히려 독이 된다"고 말한다.


현실에선 10승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3할 타자도 드물다. 마지막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턱밑에서 10승과 3할에 실패하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여유다. 이대호도 지금의 여유와 자신감을 시즌 내내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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