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류현진의 유쾌한 선발 신경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3-01 09:47


프로야구 한화 박찬호와 류현진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던중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2.22/


"우리 계속 같이 등판할까?"

29일 일본 오키나와 한화-KIA의 연습경기에서 펼쳐진 박찬호-류현진의 동반 출격은 대성공이었다.

선발 박찬호와 두 번째 투수 류현진은 3이닝씩 분담하면서 삼진 8개를 잡는 대신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들의 놀라운 피칭 솜씨도 그랬지만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양대 투수가 나란히 등판한 사실만으로 커다란 화제를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투수 기용 진풍경은 연습경기였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우천으로 인해 연습경기가 자꾸 취소되는 바람에 동반 출격이 성사된 것이지 실제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긴 기다림 끝에 가진 첫 실전등판이 만족스러웠는지 1일 자체 훈련에서도 쾌청한 날씨 만큼이나 밝은 표정으로 여유를 보였다.

그런 그들이 KIA전을 끝낸 뒤 유쾌한 선발 신경전을 펼쳤다. 선배 박찬호가 먼저 인터뷰를 마치고 류현진이 인터뷰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다.


박찬호는 류현진의 어깨에 얼굴을 들이댄 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류현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염탐'을 했다.

"에이스 류현진은 한국식 인터뷰를 어떻게 하는지 한 수 배워야겠다"는 게 박찬호의 익살스런 설명이었다.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이번 KIA전처럼 박찬호 선발, 류현진 중간 등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 때 박찬호가 불쑥 류현진을 향해 "현진아 너 한국에서도 나 다음에 던져라(등판해라)"라고 제안(?)을 했다.

이번처럼 등판 로테이션을 짜니까 우승 후보팀 KIA 타선도 꼼짝못하는 천하무적 마운드를 보여줬으니 계속 이 분위기로 가자는 것이다.

순간, 류현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어? 그럼 저는 계속 중간 계투로 나오라고요? 선발은 하지 말란 말이에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박찬호가 껄껄 웃으며 살짝 발을 뺐다. "아니, 너는 너대로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던지고, 내가 던질 때 특별히 나와주면 돼지."

말솜씨와 두뇌회전에서 밀릴 류현진이 아니다. 류현진은 절묘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럼 박찬호 선배는 4회까지만 던지고 5회부터는 내가 등판해서 승리투수는 제가 챙기면 되겠네요."

류현진의 아이디어대로 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박찬호-류현진 동반 출격 카드로 야구보는 재미를 높이면서 팀은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고, 류현진은 승수를 높일 수 있다.

그럼 박찬호의 승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박찬호를 올시즌 선발로 기용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한대화 감독의 고민이 또 늘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오키나와(일본)=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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