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와 한국 기업, 그간의 사례는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3:43


한국 기업이 LA 다저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4년 1월 박찬호가 다저스 입단식에서 6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담은 당시 신문 1면이다. 스포츠조선 DB

과연 한국 기업이 LA 다저스를 인수할 수 있을까.

박찬호가 과거 양아버지로 불렀던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와 이랜드가 다저스 인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다저스를 사겠다는 것이다. 오말리 전 구단주는 2005년 11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박찬호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박찬호의 양아버지라고 자처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다저스 매각액은 12억~15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돈으로 최대 1조7000억원 가까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뉴스는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빅리그 팀 인수와 관련해 거의 최초로 구체적인 이름과 파트너 등이 표면적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루머는 있었다. 삼성이 90년대부터 미국 팀을 인수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2003년에는 더 자세한 루머가 있었다. 다저스가 삼성그룹에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며 인수를 요청했고 삼성도 신중하게 검토했다는 것이다. 과거 박찬호의 에이전트로 일한 스티브 김이 관여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다저스의 구단 평가액은 5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보도됐다. 삼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1억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후 별다른 소식이 없었고 흐지부지됐다. 삼성 라이온즈측에서도 "특별히 확인된 얘기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과 빅리그 팀이 연관된 보다 구체적인 얘기는 있었다. 2009년 뉴욕 메츠의 새 구장이 시티필드가 개장하기 전에 삼성이 새 구장의 명칭권(naming right)을 사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EPL의 첼시 유니폼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빙성이 있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시티뱅크그룹이 일찌감치 명칭권을 선점했기 때문에 삼성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시티뱅크그룹은 4억달러를 내고 20년간 명칭권을 사용하게 됐다.

이처럼 루머와 사연이 많았던 삼성이기 때문에 여전히 메이저리그 팀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되곤 한다. 삼성은 광고를 위해 올림픽에 1억달러 이상을 쓰며 NFL에도 3000만달러 이상을 쏟아붓기도 했다.


지난 2010년 7월 타계한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뉴욕 양키스 구단주가 73년 1월 CBS로부터 팀을 사들일 때만 해도 가격은 870만달러였다. 지난해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양키스의 가치를 17억달러로 계산했다. 메이저리그는 히트 상품이다.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최근 또한차례 2년 연임이 결정되며 롱런하는 것도 리그의 상품성을 키우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엔 지난 92년 게임업체인 닌텐도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인수했다. 당시 미국 법인을 앞세워 시애틀의 최대주주가 됐다. 매각가는 1억600만달러였고 닌텐도가 75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74%를 얻었다. 다저스가 2003년에 한차례 매각됐을 때 가격이 4억5000만달러였으니 현 상황과 비교하면 구단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해온 게 확인된다.

시애틀은 지난 2002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2330만달러)을 남겨 화제가 됐다. 당시 양키스가 1610만달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390만달러,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240만달러를 벌었다. 반면 그해에 다저스는 가장 많은 25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박찬호가 속해있었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2450만달러로 적자 2위 팀이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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