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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팀을 뛰어넘은 한화의 못말리는 거포본능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1-30 13:26


지난 28일(한국시각) 한화 박찬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수비 훈련을 하면서 투구 동작을 취하고 있다. 박찬호의 뒤로 중앙펜스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410(피트)'이 보인다. 투산(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그물망 좀 제발 높여주세요"

한화 구단이 메이저리그의 본고장,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과시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손쉽게 해버리는 엄청난 위력에 현지인들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문제의 발단은 한화가 지난 16일부터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는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투산 파드리스가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장소로 메이저리그팀도 훈련장으로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런데 훈련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바로 메인 훈련구장의 좌측으로 '장외홈런'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것. 메인 훈련구장은 좌우측 펜스까지 330피트(약 100m)이고, 센터까지 거리는 410피트(약 125m)다. 잠실구장(좌우측 100m, 중앙 120m)과 비슷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야구장 좌측 펜스를 넘기는 장외홈런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조금 더 정확히 살펴보면 홈런이 나오게 만든 여러가지 플러스 요인이 있었다. 우선 '홈런'은 실제 경기가 아니라 타격연습 때 나온 것이다. 타자들이 치기 쉽도록 던져주는 배팅볼을 넘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불어 너무 낮은 펜스 그물망도 홈런 풍년에 일조했다. 연습구장인 만큼 외야에는 관중석이 없다. 1.5m 남짓의 펜스 위로는 타구가 장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물망이 둘러쳐져 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 그물망의 높이가 너무 낮았다. 펜스와 그물망을 합쳐봐야 3m에 한참 못미친다.

그러다보니 힘있는 우타자가 잡아당긴 타구가 좌측 펜스의 그물망까지 훌쩍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 갯수가 한정된 연습용 공의 회수도 중요하지만, 좌측 펜스 뒤쪽으로는 곧바로 도로가 인접해 있어서 사고의 위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한창 연습에 집중해야하는 타자들에게 '살살 치라'고 주문할 수는 없는 일. 결국 한화는 구장 관리인에게 그물망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청에 구장 관리인측이 오히려 크게 놀라버렸다. 그러면서 "그쪽으로 타구를 넘긴 것은 이 야구장에서 수차례 훈련했던 메이저리그 팀에서도 없던 일이다. 정말 타구가 그렇게 자주 넘어가느냐"라며 되물었다고 한다. 한화 관계자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놀라는 데, 우리도 당황스러웠다"면서 "우리 타자들이 올해는 제대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힘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결국 구장관리인 측의 난색으로 그물망 재설치는 무산되자 한화는 임시방편으로 타석을 원래 홈플레이트보다 한참 뒤쪽으로 밀고서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메이저리그팀과의 간접대결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 결과였다.


투산(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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