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야구대표팀 소속이었던 박찬호와 김병현. 스포츠조선 DB
해외파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리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한국 야구의 발전은 올림픽과 WBC, 아시아시리즈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국내에 복귀한 해외파들도 해외에서 명성을 날렸던 '필살기'를 살려야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해외파 '빅4'가 자신이 갖고 있는 필살기를 얼마나 과시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컷패스트볼 장착
한화 입단이 결정된 직후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컷패스트볼에 많은 매력을 느꼈고 계속 연습을 해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더 많이 연습해서 원하는 곳에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 컷패스트볼이 잘 구사된다면 체인지업이나 투심패스트볼(혹은 싱커)의 위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기때 박찬호의 주무기는 포심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구속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대체 구종으로 선택한 게 바로 컷패스트볼이다. 컷패스트볼을 처음 연마한 것은 2009년 필라델피아 시절이었다. 당시 최고령 투수 제이미 모이어와 라이언 매드슨에게 컷패스트볼을 배웠고, 2010년 뉴욕 양키스에서 특급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로부터 제대로 전수받았다. 마흔을 훌쩍 넘긴 리베라가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컷패스트볼이다. 우타자를 기준으로 할 때 바깥쪽으로 빠르게 휘어지는 컷패스트볼은 직구와 비슷한 스피드로 날아오기 때문에 타자들의 눈을 속이기 좋다. 우타자의 배트끝, 좌타자의 배트 안쪽에 맞기 때문에 땅볼을 유도하기에도 적합하다. 박찬호가 홈으로 쓰게 될 대전구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땅볼 유도형 공이 꼭 필요하다. 컷패스트볼을 원하는 곳으로 던진다면 떨어지거나 휘는 방향이 반대인 체인지업과 투심의 위력도 더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타자들에게 컷패스트볼은 여전히 생소한 구종이다.
뱀슬라이더 컴백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메이저리거다. 애리조나 시절이었던 2001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당시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이드암 투수인데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빠른 공을 던졌다. '업슛', '뱀직구'로 불렸던 150㎞대의 직구가 주무기였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솟아 오르는 구질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당장 업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업슛은 구속이 150㎞ 이상 나올때 가능한 구질이기 때문이다. 김병현이 국내 복귀 첫해 필살기로 삼을 구질은 바로 슬라이더다. 우타자의 경우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몸을 맞힐 듯 날아오다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궤적이다. 다른 사이드암 투수의 슬라이더와 비슷하지만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구속이 빠른데다 휘어져 나가는 각도가 가파르다. 김병현이 이처럼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선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를 찾는 게 급선무다.
손목 힘 vs 콤팩트
8년만에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처럼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이지만 '거포'가 된 원천은 손목힘이었다. 부드러운 스윙, 임팩트 순간의 손목 힘이 홈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다. 이승엽은 최근 몇년간 일본에서 슬럼프를 겪었다. 스윙할 때 중심이 무너지면서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 일본 투수의 정교한 제구력에 대처하다 생긴 나쁜 버릇이다. 흐트러진 타격 자세를 바로 잡는다면 타고난 손목 힘은 이승엽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다 줄 게 분명하다.
복귀파중 막내인 김태균의 강점은 역시 컨택트 능력이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한 콤팩트한 스윙은 장타로 연결된다. 문제는 허리다. 지난해 김태균은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일찍 한국으로 건너온 후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컴팩트한 스윙의 시작은 허리 힘이다.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면 김태균의 호쾌한 스윙은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지난해 일본 무대에서 함께 뛸 당시 이승엽과 김태균이 경기전 야구장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