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FA로 풀린 투수 정대현을 영입을 발표한 순간, 롯데팬들은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지난 몇년간 고질이던 뒷문을 틀어막을 확실한 카드 영입에 성공한 덕분이다. 팬들 뿐 아니었다. 롯데 선수들 역시 기뻐했다. 소속팀 전력이 강화된다는데 싫어할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 정대현에게 약했던 타자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정대현의 경희대 2년 선배 홍성흔은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었다. 10년도 넘은 시간이지만, 대학시절 이어졌던 방장 홍성흔과 방졸 정대현의 기억이 떠올라서다.
정대현의 증언은 진실일까. 홍성흔은 이에 대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 어릴 때 얘긴데"라고 말했다. 정대현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인정한 셈이었다.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2년간 대현이와 룸메이트였다"고 말한 홍성흔은 " 경희대는 선후배 질서가 엄격한 학교 중 한 곳이었다. 대현이는 2년 선배인 내가 엄청나게 까마득한 존재였을 것"이라며 "단체생활에서 방청소는 기본이지 않나. 청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랜시간이 지나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선배로서 기합도 많이 줬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홍성흔은 대학시절 정대현의 공을 직접 받았다. 누구보다 정대현에 대해 잘 알았다. 이렇게 큰 투수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을까. 홍성흔은 "대학 때부터 정말 성실하게 훈련했다. 큰 투수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현이가 대학교 때 야구를 그만두려 생각한 적도 있었다. 선배로서 얘기를 해주며 말렸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면 내가 한국야구에 크게 기여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대현은 투수조로 이미 지난 15일 팀 전지훈련이 열리는 사이판으로 출국했다. 홍성흔은 18일 밤 출국해 정대현과 조우하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