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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다시 만난 방장 홍성흔-방졸 정대현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1-17 11:24 | 최종수정 2012-01-17 11:24


◇롯데 홍성흔이 지난해 9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당시 SK 소속이던 정대현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두 사람은 2012 시즌 롯데에서 동료로 뛰게 됐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롯데가 FA로 풀린 투수 정대현을 영입을 발표한 순간, 롯데팬들은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지난 몇년간 고질이던 뒷문을 틀어막을 확실한 카드 영입에 성공한 덕분이다. 팬들 뿐 아니었다. 롯데 선수들 역시 기뻐했다. 소속팀 전력이 강화된다는데 싫어할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 정대현에게 약했던 타자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정대현의 경희대 2년 선배 홍성흔은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었다. 10년도 넘은 시간이지만, 대학시절 이어졌던 방장 홍성흔과 방졸 정대현의 기억이 떠올라서다.

정대현은 SK에서부터 말수가 없고 조용한 편이다. 롯데에서도 스타일은 그대로다. 여기에 새 팀에 합류한 시간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동료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그나마 친분이 있는 선수가 SK에서 같이 뛴 적이 있는 투수 이용훈과 이승호, 경희대 선배로 국가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홍성흔이다. 정대현은 특히 홍성흔에 대해 "성흔이형이 잘 챙겨주려고 노력해줘 편안하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바뀌었다. 정대현은 "대학시절만 생각하면…"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정대현은 "대학시절 성흔이형이 어느정도였는지 아는가. 숙소 청소를 시켜 열심히 청소를 했다. 들어와서는 손가락으로 방바닥 먼지를 쓸어보더니 '다시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몇 번이고 반복됐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두 선수 사이에 있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정대현의 증언은 진실일까. 홍성흔은 이에 대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 어릴 때 얘긴데"라고 말했다. 정대현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인정한 셈이었다.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2년간 대현이와 룸메이트였다"고 말한 홍성흔은 " 경희대는 선후배 질서가 엄격한 학교 중 한 곳이었다. 대현이는 2년 선배인 내가 엄청나게 까마득한 존재였을 것"이라며 "단체생활에서 방청소는 기본이지 않나. 청소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랜시간이 지나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선배로서 기합도 많이 줬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홍성흔은 대학시절 정대현의 공을 직접 받았다. 누구보다 정대현에 대해 잘 알았다. 이렇게 큰 투수로 성장할 것을 예상했을까. 홍성흔은 "대학 때부터 정말 성실하게 훈련했다. 큰 투수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현이가 대학교 때 야구를 그만두려 생각한 적도 있었다. 선배로서 얘기를 해주며 말렸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면 내가 한국야구에 크게 기여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기억이 있어 정대현을 보기가 민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제는 다 추억이다. 대현이가 우리팀에 온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최고의 불펜투수를 얻지 않았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했다. 홍성흔은 "기존 5~6년 후배들은 이제 나를 편하게 대한다. 문제는 2년 후배인 대현이가 대학시절의 충격(?) 때문인지 나를 아직도 어렵게 대한다. 관계가 애매해졌다"고 했다. 물론 기분좋은 농담이었다. 홍성흔은 "사이판에 가면 이것저것 많이 챙겨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대현은 투수조로 이미 지난 15일 팀 전지훈련이 열리는 사이판으로 출국했다. 홍성흔은 18일 밤 출국해 정대현과 조우하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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