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호형 아니라 아섭이처럼"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1-13 12:53 | 최종수정 2012-01-13 13:08


두산 김현수가 전성기였던 2009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공을 정확히 힘있게 맞히기 위해 배트스피드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DB

지난 2년간 이름값에 비해 존재감이 눈에 띄게 작아졌던 타자가 있다. 2008~2009년 두 시즌 연속 3할5푼7리의 타율을 올리며 프로야구 대표 타자로 떠올랐던 두산 김현수. 그러나 그는 지난 2년간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나 있었다. 2010년 3할1푼7리, 지난해 3할1리의 타율. '김현수'이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었다.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현수는 혼돈의 시간을 보냈을까. 홈런타자를 꿈꿨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본인도 쿨하게 인정했다. 지난 11일부터 팀합동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김현수는 "나는 (이)대호형이 아니었다. 파워만 늘리려 한 게 실수였다. 정확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벽한 '김현수'를 위해 커리어 하이였던 '2009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홈런? 혼돈의 시간 2년

미국이든 한국이든 연봉과 인기에서 홈런타자가 더 대접받는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김현수는 2009년 시즌을 마치고 홈런 타자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맞히는데 있어서는 '달인' 경지에 오른 그가 홈런 욕심을 낸 것은 당연해 보였다. 타격폼 수정이 필수적이었다. 스윙 궤적을 크게 하고 타격시 오른발을 높이 들기로 했다. 일반적인 홈런 타자처럼 오른손 약지와 소지를 배트 밑둥 아래로 내려놓고 잡았다. 전지훈련캠프에서 이같은 타격폼으로 바꿨다. 2010년 개막전에서 김현수는 4안타를 치며 '타격 기계'의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게임을 치를수록 정확도가 떨어졌다. 타격폼을 바꾼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홈런이 많아진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폼이 커졌고, 스윙시 배트의 각도도 수평보다 높아졌다. 유인구 볼에 배트가 많이 나가고, 몸쪽 공 대처능력도 떨어졌다. 2010시즌 7월초까지 타율 3할을 넘기지 못했다. 후반기 불같은 페이스로 몰아치기를 하며 3할1푼7리에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홈런 24개를 쳤지만, 기대했던 수치는 아니었다.

2011년에도 혼돈은 계속됐다. 홈런 욕심을 버릴 수도 없었고,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타격시 오른발을 고정시켜 보기도 하고 들기도 했다. 찍어쳐 보기도 하고 올려치기도 했다. 9월초까지 타율이 2할8푼~2할9푼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체의 밸런스를 잃지 않으려면 스윙을 크게 해서는 안되다는 것이었다. 허리를 부드럽게 돌렸다. 정확하고 강하게 때리려면 스윙 궤적을 콤팩트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생명은 정확도와 배트스피드

김현수는 "대호형을 따라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롯데 전준우와 손아섭 선수, 일본의 아오키처럼 정확성을 중시하는 타격을 하겠다. 배트스피드를 늘려야 한다. 이번 겨울 생애 가장 많은 훈련을 한 것 같다. 허리 근육을 강화했다. 임팩트시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배트스피드를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이 선택한 타격법을 설명했다. 타율 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을 올린 2009년의 그 타법이다.

타격 매커니즘은 간단하다. 오른손 약지와 소지가 배트 밑둥 보다 윗 부분에 있도록 짧게 쥐고 스윙을 한다는 것이다. 허리의 힘을 이용한 부드러운 스윙을 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깨달은 바를 그대로 실천한다는 이야기다.


김현수는 "이제는 안좋았을 때와 좋았을 때의 모습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배트가 퍼져 나오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고, 임팩트시 정확히 힘을 실을 수 있는 스윙이 중요하다"며 배트스피드를 강조했다.

안타가 많을수록 홈런도 많아지는 법. 정확히 맞혀야 좋은 타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홈런도 많아질 수 있다. 김진욱 감독은 "정확히 맞히면서 장타도 뽑아내는게 김현수의 원래 장점이다. 홈런보다는 안타를 많이 치고,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수가 먼길을 돌아 깨달은 바와 일치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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