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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 자체를 즐기도록 하겠다"
2011년의 윤석민은 선발투수로서 이룰만한 것은 거의 모두 이뤄냈다. 91년 선동열(당시 해태)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개 부문(다승, 방어율, 탈삼진, 승률) 1위에 오르면서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했다. 또한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렇게 모든 고지에 오르다보니 윤석민에게는 어려운 고민이 생기게 됐다. 2012년 새 시즌에 어떤 목표와 각오를 설정해야할 지 난감했던 것. 단순히 다승이나 방어율 탈삼진 등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의미가 없다. 무언가 다른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야구 자체를 즐기겠다'는 각오다.
'야구를 즐긴다'는 윤석민의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다. 윤석민은 "어느 순간 성적을 위해 공을 던지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으로 집중하고, 야구 자체를 즐기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도 내가 야구에 집중하면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자신의 위치에서 한 시즌을 준비하는 시각이 마치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마운드 위에서 즐길 수 있을 때 자신의 최고 구위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윤석민이 올시즌 어떤 성적을 써내려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