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초보' '갈등', 키워드로 본 2011프로야구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2-28 14:30


한해가 저물고 있다. 관중 680만명 흥행에 성공한 프로야구에겐 더없는 영광을 안겨준 한해였다. 아울러 사연이 많았던 한해였다. 스포츠조선은 2011년 한국 야구계를 키워드별로 결산했다. 훗날 프로야구 역사로 기억될 다양한 뉴스가 마구 쏟아진 한해였다.

이별

지난 9월 한국 야구계는 슬픔에 잠겨야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전설'이 우리곁을 떠나갔다.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이 9월7일 간암과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9월14일에는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이렇게 빨리들 가시나"라며 통탄의 감정을 쏟아냈다. 초창기 프로야구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인물들이다. 롯데는 고 최동원 감독의 유니폼넘버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삼성은 SK와의 한국시리즈를 고 장효조 감독을 추모하는 시리즈로 치렀다. 두 거목의 타계로 인해 프로야구 레전드 스타들에 대한 처우 문제, 명예의 전당 건립 등이 이슈로 떠올랐다.

재회

박찬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양대 재학 시절인 94년 미국으로 떠났던 박찬호는 특별법을 통해 내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전성기때 구위를 보여줄 순 없겠지만, 박찬호는 분명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다. 박찬호는 특히 한화 구단에 백지위임을 한 뒤 구단에서 책정한 몸값 6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승엽은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친정팀 삼성으로 컴백했다. 김태균은 시즌 중반에 지바 롯데에서 사실상 퇴단한 뒤 결국엔 한화로 돌아왔다. 반면 FA 최대어인 이대호는 정든 롯데를 떠나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초보 & 소통

초보 감독의 성과가 대단했던 한해였다. 삼성의 '루키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아시아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를 꺾고 우승해 3관왕을 달성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삼성을 4,5위권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소통'이란 최고의 무기를 앞세워 선수단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몇몇 대기업들이 류중일 감독의 '소통'이 가져온 힘을 경영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기도 했다. 역시 초보 사령탑인 롯데 양승호 감독도 팀을 2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수난


감독들에겐 수난의 시기였다. 작년 12월30일 삼성 선동열 감독이 임기를 4년이나 남겨놓고 퇴진해 놀라움을 안겼다. 올해로 넘어와서도 감독 퇴진은 계속됐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팀성적 하락을 책임지고 지난 6월 자진 사퇴했다. 8월엔 SK 김성근 감독이 구단 수뇌부와 불협화음 속에 사퇴했다. 이로 인해 김성근 감독의 열성팬들이 문학구장에서 연일 시위를 했고, 일부는 소요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LG 박종훈 감독도 계약기간을 3년 남긴 채 물러났다. KIA는 조범현 감독이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김성근 감독의 퇴진으로, 지난해 4강팀 사령탑이 모두 교체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탄생

진통 끝에 프로야구는 9구단이라는 축복을 낳았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를 창단했다. 김경문 감독이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NC 다이노스는 2012년에 2군 리그를 치른 뒤 2013년부터 1군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NC의 창단 덕분에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11월에 2차 드래프트를 여는 등 제도적인 변화도 많아졌다. 한편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창단 직후 뉴스의 초점이 됐다.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고 2012년에 2군 퓨처스리그에도 참가한다.

반전

FA 시장은 사상 최대의 선수 이동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승호와 정대현이 SK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는 대신 임경완을 SK로 떠나보냈다. LG는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을 각각 SK, 한화, 넥센에 빼앗겼다. 조인성의 SK행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였다. 특히 넥센은 2년전 현금을 받고 팔았던 이택근을 50억원이란 거금을 쏟아부어 다시 데려오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입단을 눈앞에 둔 듯 했지만, 결국엔 롯데로 방향을 틀었다. 또다른 반전 드라마였다.

갈등

등나무 줄기가 얽히듯, 프로야구에선 심각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SK에서 퇴진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감정적으로 대립했다. 김 감독은 후임 이만수 감독에게도 편치 않은 심경을 여러 차례 내보였다. LG는 한때 선두권을 달릴 만큼 성적이 좋았다가 결국엔 9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LG 팬들은 잠실구장 출입구를 막고 성적부진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며 구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엔 박종훈 감독이 물러나는 이유가 됐다.

변화

KIA는 선동열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 KIA를 맡게 되자 광주의 야구팬들은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산은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겨줬다. LG는 김기태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선동열 감독의 KIA행은 프로야구 전반에 걸쳐 큰 화제를 낳았다. 다음 시즌부터 각 구단의 지역색이 강화되면서 흥미로운 대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LG의 '10년짜리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680만

뭐니뭐니해도 올한해 프로야구가 무려 680만 관중을 동원했다는 즐거운 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젠 어딜 가나 야구 얘기를 하는 일반팬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프로야구 자체가 일상적인 삶의 즐거움으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여성 관중이 프로야구 관중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진 게 고무적이다. 한때 30, 40대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국민 스포츠로서의 인기를 회복했다. 이른바 프로야구 르네상스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