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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임 훈 촌극' 빚은 FA 보상규정, 이대로는 안된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2-28 13:41


임 훈은 20일 동안 SK-롯데-SK로 소속팀을 옮겼다. 임 훈이 롯데에서 남긴 기록은 지난달 19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 구단점퍼를 입고 단장과 찍은 이 사진이 전부다. FA 보상규정 탓에 이같은 촌극이 벌어졌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FA 보상규정, 이 기회에 손봐야 한다.

임 훈이 20일만에 SK로 돌아갔다. 임 훈은 지난 7일 FA(자유계약선수)로 SK로 이적한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지명됐다. 하지만 임 훈은 또다시 보상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가 27일 롯데로 이적한 FA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임 훈을 고른 것. 이에 '리턴픽(Return Pick)'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보상선수 지명 즉시 공시하는 KBO의 행정절차상 임 훈은 20일 동안 롯데 소속이었다. 하지만 임 훈은 롯데 유니폼 한번 입어보지 못한 채 SK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롯데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구단 점퍼를 입고 배재후 단장과 악수하며 촬영한 사진 한장만이 남았을 뿐이다.

12월이 비활동기간이다보니 임 훈의 통장에 '롯데 자이언츠' 명의로 찍힌 입금 내역 하나 없다. 촌극이다. 정대현의 롯데행이 결정되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부모님의 만류에 부산에 집을 구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일 정도. 엉겹결에 20일간 2개의 소속팀을 오간 임 훈의 마음에만 생채기가 났다.

올해는 FA제도가 시행된 99년 이후 가장 많은 선수가 권리를 행사했다. 무려 17명. 이 중 8명이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에 실패해 시장으로 나왔다. 큰 판이 열렸지만 FA 시장은 금세 폐장 분위기가 됐다. 이틀 동안 무려 5명이 이적한 것. 해외진출을 노리던 이대호와 정대현, 그리고 보상금액이 커 이적이 어려웠던 김동주만이 시장에 남았다.

지난해보다 완화된 보상규정도 한 몫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초 야구규약 제164조[구단의 보상]를 'FA를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팀에 직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 혹은 직전 시즌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만 한다'고 수정했다. 보호선수 규모가 18명에서 20명으로 늘었고, 보상금액은 300%와 450%에서 200%와 300%로 조정됐다.

FA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보상선수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됐다. 보상선수 지명 순서를 두고 롯데-SK-LG 사이에 교통정리도 필요했다.

물론 분명한 규정은 있었다. 규약에 따라 FA 획득구단은 총재 승인 후 7일 이내에 전 소속구단에 보호선수 20명 외 명단을 제시해야 하며, 명단을 받은 팀은 보상절차를 7일 이내에 완료해야만 한다. 또한 한 구단이 동일한 날짜에 2명 이상의 FA와 계약하는 경우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보상선수를 지명한다는 조항도 있다.


결국 각 구단의 서류접수일에 따라 보상선수 지명 마감일과 순번이 정해졌다. 서류접수일에 따르는 것은 서류를 받는 즉시 총재의 승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악용될 소지도 있다. 보상선수 문제로 A선수와 B구단이 계약 사실을 늦게 발표한다거나 서류접수를 미루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조인성과 이승호는 지난달 21일 각각 SK 롯데와 계약에 합의했지만, FA 공시일은 24일과 25일로 달랐다. 서류접수일에서 하루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KBO는 모호한 보상규정을 손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현재 일주일인 보상선수 지명 마감 시한을 3일 가량으로 줄이겠다는 것. 실제로 보상선수 명단을 받아들고 지명하는데 하루에서 이틀이면 충분하기에 현재의 7일은 불필요하게 길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행정적인 부분을 고친다고 FA 보상규정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중저가 FA들의 경우 보상규정에 발목을 잡혀 이적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FA 취득연한을 채운 선수들은 빨라봐야 중고참급 선수들이다. 보상금은 그렇다 쳐도 'A급 선수'가 아닌 고참선수들에게 젊은 유망주를 내주면서까지 베팅하는 구단은 없다.

지난해 한화에서 FA를 선언한 이도형과 최영필은 소속팀을 찾지 못해 프로야구계를 떠나야만 했다. 한화가 최근 현역 생활 지속 의사를 내비친 최영필을 구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사인 앤 트레이드'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보상선수'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FA선수들의 등급을 매겨 보상규정을 차등 적용한다는 식의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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