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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훈 사상 첫 리턴픽의 사연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12-27 14:55 | 최종수정 2011-12-27 15:40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생긴지 13년만에 처음 생긴 일이다.

SK가 27일 롯데로 간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임 훈을 지명했다. 롯데가 지난 7일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SK에서 데려온지 20일만에 다시 SK가 데려가게 됐다. 처음으로 FA가 맞교환 하듯 팀을 옮겨 보상선수를 서로 뽑게 되면서 가능성으로만 제기됐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임 훈의 리턴픽은 SK 이만수 감독이 "투수를 뽑고 싶은데 마땅한 선수가 없다"라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SK 구단 관계자들도 "투수나 야수나 뽑을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의 기량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사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지난 10월 12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준PO 4차전에 앞서 임 훈을 감독석에 앉힌 후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만수 감독은 롯데로 보냈던 임 훈을 20일만에 다시 데려왔다.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임 훈이 아닌 다른 선수도 뽑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날 코칭스태프를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하면서 회의를 했는데 코치들도 임 훈을 다시 데려오는 것을 원했다"면서 "임 훈을 다시 데려온 것은 선수단의 화합을 위한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동고동락했지만 아쉽게 보상선수로 보내게 된 선수를 다시 데려와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아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는 뜻도 있었다는 것.

이 감독은 "임 훈이 보호 선수에서 제외될 때 솔직히 너무 아쉬웠다. 기량이 많이 향상된 선수였기 때문에 내년에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팀사정상 투수쪽을 보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임 훈은 공식적으로 20일간 롯데 소속임이 명시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공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움직인 것은 없다. 롯데 선수지만 롯데 유니폼은 입어보지 못한 채 돌아가게 됐다. 롯데는 이미 임 훈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비활동기간이라 아직 훈련을 시작하지 않아 유니폼을 지급하지는 않은 상태. 그리고 롯데에서 한푼도 받지 못했다. 비활동기간엔 연봉 지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 훈이 롯데 옷을 입은 것은 지난 19일 부산 구단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점퍼를 딱 한번 입은 것이 전부다.

임 훈은 이미 롯데와 내년시즌 연봉계약을 했다. 5000만원에서 3500만원(70%) 오른 8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SK는 이 연봉을 그대로 주게 된다.

소속된 팀의 유니폼도 입지 않고, 훈련도 못해보고, 돈도 받지 않은 채 다시 친정으로 돌아가게 된 임 훈은 진기한 기록으로 한국 야구 역사의 한페이지를 쓰게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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