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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제도 도입으로 선수 이적이 활발해진 2000년대 이후 선수들마다 한 팀을 '고집'하려는 의식은 매우 약해졌다. 실력을 인정하며 바라는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팀으로 옮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어떻게 보면 직장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한 팀에서만 뛴다는게 더이상 절대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희소성과 자긍심이라는 측면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는 더욱 돋보일 수 있다. 프로선수로서 연고지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것만큼 감동적인 일은 없기 때문이다. 두산이 팀의 리더인 김동주와 3년 계약에 합의했다. 김동주가 영원한 두산맨으로 남을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현역 선수중 김동주만큼 한 팀에서 연속으로 오래 뛴 선수는 없다. 그와 입단 동기인 조인성이 FA 계약을 통해 14년을 몸담은 LG에서 SK로 옮겨, 김동주가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긴 기간 동안 한 팀에서 뛰는 선수가 됐다. KIA 이종범의 경우 지난 93년 입단해 내년 20년째 현역으로 뛰지만, 98~2001년까지 일본으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연속성'이라는 면에서는 김동주와 비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2014년말이면 김동주의 나이는 38세가 된다. 40세 이상 현역 생활이 이어진다면 '두산맨'으로 20년 이상 뛸 가능성도 있다. 역대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뛴 선수는 송진우로 21년간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다. 타자중에서는 한화 장종훈의 19년이다. 김동주도 서서히 프랜차이즈 '전설'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올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동주는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연락을 해 오는 팀이 없어 다시 두산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물론 그를 영입하려면 최대 21억원의 보상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던 팀들로서도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표시하기는 힘들었다. 지난 23일 김동주는 두산으로부터 본인이 원했던 3년 계약기간을 보장받았다. 두산도 팀의 간판타자인 김동주의 자존심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을 한 것이다.
두산 김승영 사장은 "옵션 등 작은 부분에서 본인이 생각할게 있다고 했다. 계약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평생 두산에서만 뛰는 것이니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말대로 두산은 여전히 김동주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김동주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돼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김동주는 타율 3할9리, 74홈런, 332타점을 기록했다. 중심타자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김진욱 감독 역시 "김동주 없이는 우승 도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동주 스스로도 자신의 마지막 목표를 '우승'으로 잡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