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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박찬호가 한국 마운드에 서게 됐다.
'박찬호 vs. 이승엽',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 매치다.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으로 한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웠고, 2006년 요미우리에서는 41개의 홈런을 때리며 일본 열도까지 정벌했던 타자다. 컨트롤과 완급조절이 뛰어난 일본 투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이제는 노련미까지 더해졌다. 9년만의 국내 복귀다.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생소하기는 박찬호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시절 상대했던 타자 중 이승엽처럼 힘과 기술을 겸비한 최고의 타자는 배리 본즈였다. 약물 스캔들로 그의 모든 기록이 폄하되기는 했지만, 90년대말 박찬호와 본즈의 대결은 최고의 볼거리였다. 박찬호의 본즈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2할7푼7리, 8홈런이었다. 64차례 상대해 삼진은 7번 잡았고, 볼넷은 15개 허용했다. '기 싸움'이 관건이다.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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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히는 능력은 국내 최고다. 지난 2008년부터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삼진과 타석의 비율이 9.60이다. 10번 타석에 들어서면 삼진을 한 번 정도 당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몸쪽과 바깥쪽 가릴 것 없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타자다. 어디까지나 예상이기는 하지만, 정교한 왼손잡이라는 점에서 박찬호가 가장 어렵게 대할 타자로 꼽힌다. 최근 3년간 두산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던 박찬호는 김현수에 대해 완벽한 타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몸쪽 떨어지는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중에서는 통산 타율 3할2푼3리를 기록중인 콜로라도의 토드 헬튼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찬호는 헬튼을 52번 만나 피안타율 2할6푼2리에 홈런 4개, 볼넷 9개를 허용하며 고전했다.
이용규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1번타자로 뛴 '커트의 달인'으로 꼽힌다. 초구 또는 2구에 방망이를 내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끈질긴 승부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용규는 올시즌 타석당 상대 투구수가 4.3개로 규정 타석을 넘긴 타자중 가장 많았다. 그만큼 파울로 쳐내는 공이 많았고, 톱타자로서 상대 투수를 효과적으로 괴롭혔다는 이야기다. 삼진도 15.24타석당 한 번 밖에 안당했다. 게다가 발이 빠르기 때문에 평범한 내야 땅볼이 안타가 될 수 있어 박찬호로서는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애틀의 일본인 타자 이치로와 많이 닮았다. 박찬호는 이치로와 35번 상대해 피안타율 3할8푼7리, 2탈삼진으로 고전했다.
정근우
승부 근성만큼은 박찬호 못지 않은 선수다. 타격의 정확성, 빠른 발, 주루 센스 등의 장점 말고도 상황에 따라 장타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홈런도 종종 쳐낸다. 지난 2007년 주전 자리를 꿰찬 이후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타석과 삼진 비율이 10.27개로 투수들이 까다롭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타자다. 투수와의 수읽기 싸움에 능하다는 점에서 박찬호를 꽤나 괴롭힐 타자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승부 근성이 남달랐을 뿐만 아니라 허슬플레이의 대명사였던 크레이그 비지오와의 대결을 그려보면 된다. 박찬호는 비지오에게 피안타율 2할6푼2리에 3홈런을 기록했다. 정근우를 상대로 역시 홈런을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